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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미국인 살해 장면 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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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사우디아라비아에 외국인을 겨냥한 테러가 난무하고 있다. 사우디 당국은 치안태세를 강화하고 테러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만 역부족이다. 테러조직 알카에다는 13일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미국인 살해장면을 또다시 공개했다.

◇외국인이 표적이다=알카에다는 비디오테이프의 미국인이 "사우디 방위군을 훈련시키는 업체인 비넬을 위해 일한 유대계 미국인 로버트 제이컵"이라고 주장했는데, 제이컵은 지난 8일 수도 리야드의 자기 집에서 살해됐다.

비디오테이프에는 서양 남성 한명이 총격을 받아 쓰러지자 괴한들이 달려들어 피해자의 목을 베는 장면이 들어 있다. 알카에다라고 주장하는 한 이라크 저항세력들은 지난달 통신기술자로 이라크에서 근무 중이던 미국인 닉 버그의 참수장면을 공개했다.

지난 12일엔 민간회사에 근무하는 미국인 한명이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의 자택 주차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경호원이 배치돼 있는 외국인 거주단지에 침입한 괴한들이 그에게 총을 쏘고 확인사살까지 한 뒤 도주했다.

같은 날 '아라비아 반도 알카에다'라는 단체는 한 이슬람 웹사이트에 미국인 한명을 살해하고 또 다른 한명을 납치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록히드 마틴사 폴 존슨의 사진과 명함을 공개하면서 "관타나모.아부 그라이브에서 미국이 우리 형제들을 다룬 것처럼 피랍자를 다루겠다"고 위협했다. 리야드 주재 미 대사관은 사우디 체류 미국인들에게 철수할 것을 거듭 당부했고, 영국 정부는 13일 사우디 주재 자국 외교관 중 비필수 요원과 그 가족에 대해 필요시 철수를 허용했다.

◇다양한 전술=범아랍 알자지라 방송은 "테러리스트들의 다양한 전술에 치안당국이 놀아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방송은 또 테러리스트들이 지난 5월에는 서부의 얀부, 북동부의 쿠바르 등 석유시설을 주로 공격했지만 이달에는 주로 서양인 개인들에 대한 공격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테러세력들이 같은 이슬람인들이 함께 희생되는 자폭 테러보다는 소규모 작전으로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암살과 납치.총격 등의 전술도 자주 동원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대규모 자폭테러 후에는 온건 이슬람인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 암살 등 '제한적' 작전을 취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사우디 당국으로서는 어느 쪽이든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된다. 석유.통신.금융뿐 아니라 정부기관에도 외국인 전문가들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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