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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부모님 사랑 밴 모시옷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올해도 친정부모님의 사랑과 정성이 듬뿍 밴 안동포와 모시옷을 꺼내면서 감사한 마음과 함께 그리움으로 눈물이 핑돈다.

2년 전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와 근력이 있는 동안 아직은 자식들에게 신세를 지지 않으려고 시골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에 대한 추억 때문이다.

네 명의 아들과 세 딸을 모두 건강한 사회인으로 키우신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시골에서 아버지 산소 앞 밭을 일구고 동네 친구분들과 즐겁게 지내고 일곱 남매 가족들에게 필요한 각종 양념거리를 손수 농사지으면서 살고 있다.

자식들이 드린 용돈을 쓰지 않고 모아 시원한 옷 속에 담아주신 두 분의 은혜로 나는 무더운 여름도 무덥지 않다.

어머니는 안동장에 나갈 때마다 감을 떠 와서 겨우내내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그리고 손주들의 옷을 즐겁게 지었다.

며느리와 딸들에게는 특별히 2벌씩을 만들어 주었고 더구나 막내딸인 나에게는 흰색.노랑.자주색 세 벌을 지어주었다.

이 옷들을 입을 때마다 나는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에 고마움을 느낀다.

어머니는 재단을 전혀 배우지 않았지만 눈썰미가 무척 좋았다.

어머니는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꽃무늬가 가득한 멜빵바지와 넥타이 달린 블라우스를 만들어 멋을 부리게 했다.

또 모항공회사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도 엄마는 틈이 나는대로 막내딸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참기름과 고춧가루, 콩 등을 봉지에 싸 보냈고 장마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밭에 나가 일하고 있을 어머니가 참 그리워진다.

초등 1, 2학년인 두 아들 밑으로 첫 돌이 갓 지난 딸을 키우는 지금에서야 나는 어머니가 얼마나 훌륭하고 대단한 분인가를 분명하게 깨닫는다.

어느덧 일흔 둘이 된 친정어머니가 앞으로 계속 건강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김수남〈수원시장안구정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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