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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50명 성과급 3억8000만원 반납…인턴 55명 뽑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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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같이 확산되고 있는 일자리 나누기는 최근 두 가지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금융업체와 대기업 등은 임금 동결 또는 삭감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고용 창출’ 방식을 주로 쓴다. 또 일부 기업은 인력 감축 대신 급여를 줄이거나 근무방식을 바꿔 일자리를 유지하는 ‘고용 유지’ 방식을 택하고 있다.

◆금융권이 가장 적극적=금융권은 일자리 나누기 일환의 인턴을 많이 뽑는다. 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500명씩을 채용한다. 상반기 채용은 이미 시작돼 13일까지 은행 홈페이지에서 원서를 접수한다. 합격자는 다음 달부터 6개월간 정규직 수습행원들이 하는 현장 교육을 받는다. 급여는 월 120만원. 계열사인 하나대투증권도 이달 말 대학 졸업예정자와 졸업자 30명 정도를 인턴으로 채용한다. <표 참조>

우리금융그룹은 직원들의 복리 후생 비용 등을 절감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인턴 20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대상은 만 35세 이하인 대졸자다. 이들은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경남은행·광주은행 등 우리금융 계열사에서 3~6개월간 직무 연수와 영업점 체험을 하게 된다. 급여로 월 100만원이 지급된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인턴사원 중 성적이 우수한 사람은 정규직 채용을 할 때 우대하기로 했다. 인턴 채용에 들어가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금융은 임직원들의 연차 사용을 촉진해 연월차 수당을 줄이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이달 중 200명의 인턴을 채용할 예정이고, 예금보험공사도 25명을 선발한다. 주택금융공사는 인턴 20명을 뽑기로 하고 13~20일 지원서를 받는다. 한 달에 110만원의 봉급을 주고 5월부터 8개월간 본점과 지점에서 일하게 된다. 이곳의 인턴은 다른 기업과 달리 정규직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금융공사 김선광 인사부장은 “내년 초 인턴사원 중 12~16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달 중 인턴을 모집할 예정이다.

◆대기업은 다소 소극적=대기업도 주로 인턴사원을 대거 채용하는 방식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올해부터 3년간 총 100명을 선발하는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처음 도입했다. 영어권 국가를 제외한 중국·인도·러시아·체코·슬로바키아 등 현지 법인이 있는 곳에서 방학 동안 근무한다. 2010년 졸업예정자가 지원 대상이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동부제철은 최근 과장급 이상 임직원 임금을 30% 줄였다. 쌍용양회는 ‘대표이사 30%, 임원 20%, 직원 10% 임금 자진 반납’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대신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쌍용양회의 한광호 노조위원장은 “임금 삭감으로 생활이 어려워지겠지만 일단 일자리 유지가 중요하다” 고 말했다.

트럭을 생산하는 타타대우상용차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해 일자리를 나누는 사업장이다. 정규직 800여 명인 이 회사 노동조합은 지난해 비정규직 300여 명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켰다. 정규직과 똑같은 생산라인에서 일하지만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들의 일자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서울산업대 노용진(경영학) 교수는 “외환위기 후 한국 기업이 처음으로 구조조정을 많이 했는데 그뒤로 기업과 근로자 간 신뢰가 많이 무너졌다”며 “이를 교훈으로 이번에는 기업도 노력하고 노조 역시 경제 상황이 부담스러워 일정 부분은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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