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이 확산되고 있는 일자리 나누기는 최근 두 가지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금융업체와 대기업 등은 임금 동결 또는 삭감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고용 창출’ 방식을 주로 쓴다. 또 일부 기업은 인력 감축 대신 급여를 줄이거나 근무방식을 바꿔 일자리를 유지하는 ‘고용 유지’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직원들의 복리 후생 비용 등을 절감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인턴 20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대상은 만 35세 이하인 대졸자다. 이들은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경남은행·광주은행 등 우리금융 계열사에서 3~6개월간 직무 연수와 영업점 체험을 하게 된다. 급여로 월 100만원이 지급된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인턴사원 중 성적이 우수한 사람은 정규직 채용을 할 때 우대하기로 했다. 인턴 채용에 들어가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금융은 임직원들의 연차 사용을 촉진해 연월차 수당을 줄이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이달 중 200명의 인턴을 채용할 예정이고, 예금보험공사도 25명을 선발한다. 주택금융공사는 인턴 20명을 뽑기로 하고 13~20일 지원서를 받는다. 한 달에 110만원의 봉급을 주고 5월부터 8개월간 본점과 지점에서 일하게 된다. 이곳의 인턴은 다른 기업과 달리 정규직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금융공사 김선광 인사부장은 “내년 초 인턴사원 중 12~16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달 중 인턴을 모집할 예정이다.
◆대기업은 다소 소극적=대기업도 주로 인턴사원을 대거 채용하는 방식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올해부터 3년간 총 100명을 선발하는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처음 도입했다. 영어권 국가를 제외한 중국·인도·러시아·체코·슬로바키아 등 현지 법인이 있는 곳에서 방학 동안 근무한다. 2010년 졸업예정자가 지원 대상이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동부제철은 최근 과장급 이상 임직원 임금을 30% 줄였다. 쌍용양회는 ‘대표이사 30%, 임원 20%, 직원 10% 임금 자진 반납’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대신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쌍용양회의 한광호 노조위원장은 “임금 삭감으로 생활이 어려워지겠지만 일단 일자리 유지가 중요하다” 고 말했다.
트럭을 생산하는 타타대우상용차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해 일자리를 나누는 사업장이다. 정규직 800여 명인 이 회사 노동조합은 지난해 비정규직 300여 명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켰다. 정규직과 똑같은 생산라인에서 일하지만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들의 일자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서울산업대 노용진(경영학) 교수는 “외환위기 후 한국 기업이 처음으로 구조조정을 많이 했는데 그뒤로 기업과 근로자 간 신뢰가 많이 무너졌다”며 “이를 교훈으로 이번에는 기업도 노력하고 노조 역시 경제 상황이 부담스러워 일정 부분은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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