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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화합과 통합의 병풍 되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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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그의 여의도 개인사무실 벽에는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2000년 6월 평양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1998년 민화협 초대 상임의장으로 150여 개 통일단체를 끌어 모았던 그는 2년 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정상회담 대표단에 포함됐다. 그는 “통일이 책상에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며 “다시 시작하는 정치인 만큼 몸과 마음으로 국가와 당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한광옥(67·사진)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2003년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으로 구속돼 ‘타의로’ 정치판을 떠난 그는 지난해 8·15 때 사면·복권된 뒤 지난달 14일 복당했다.

한 전 대표의 복귀가 주목받는 건 그의 이력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다. 신민당과 꼬마민주당의 통합(91년), DJP 단일화 (97년), 초대 노사정위원회 위원장(98년) 등 협상과 갈등의 조정을 주도했다. 그 과정에서 붙여진 별명도 ‘자꾸’(지퍼를 뜻하는 일본말 처크의 변형)다. 입이 무겁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지금 10년 여당의 신분을 뺏긴 채 권토중래를 모색하고 있다. 그 여정에서 한 전 대표의 역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내에선 한 전 대표가 4월 29일 치러질 재·보선 출마를 계기로 본격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 대표는 7일 기자와 만나 “지금까진 외곽에서 고향(전북 전주)을 지원하는 포병 역할을 했지만 이젠 직접 현지에서 보병으로 봉사하고 싶다”며 출마할 뜻을 분명히 했다. 전주 완산갑은 이무영(무소속) 전 의원이 당선 무효돼 재선거를 치른다.


-오랜만에 정치 현장에 돌아왔다.

“6년 넘는 정치 동면기 내내 민주당이 갈라져 싸우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가장 가슴 아팠다. 당 화합과 통합의 병풍 역할을 하고 싶다. 내 나이 67세다. 더 욕심이 없다.”

-비리 전력 등을 들어 공천 부적격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다.

“나는 (검찰 수사의) 억울한 희생자였다. 모두 5건 중 대북송금은 무혐의, 뇌물수수 3건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나머지 1건(나라종금 뇌물수수)은 부당한 판결을 받아 재심 청구를 검토 중이다. 난 정도를 걸어왔다. 대학 시절부터 민주화운동을 해 왔다. 80년대 국회에 들어와 민주화·통일·국민통합 등에 기여했다. 개혁은 나이·세대와 관계없다. 그간 내 삶의 이력, 변화와 진보를 추구하는 정신이 개혁이다.”

- DJ의 공천 지원설이 나도는데.

“지난달 6일 김 전 대통령을 만났는데 ‘전주 가서 열심히 뛰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격려한 일은 있다.”

-민주당은 재도약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당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평화 수호, 민족통일, 생산적 복지…. 이런 원칙을 가진 정당임을 각인시켜 줘야 한다. 요즘 ‘중도개혁’ 대신 ‘중도’를 빼려는 경향이 있는데 중도에서 개혁 진보를 지향해야 맞다. 전통적 지지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민생정치도 적극 주도해야 한다. 요즘 정치에 좌우가 어디 있는가.”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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