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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소에 취업시켜주겠다” 중국에서 790명에 21억 가로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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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청산리전투’의 영웅 김좌진 장군이 순국한 곳으로 그의 생가가 있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이린(海林)시에 사는 중국인 소모씨. 그는 2004년 말 중국 송출회사를 통해 한국 취업을 신청했다. 친척에게서 빌린 1000여만원을 송출료로 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에 가지 못하고 빚덩이에 앉게 되자 아버지가 화병으로 숨졌다. 어머니는 자살을 시도했다.

하이린시에는 소씨처럼 한국에 취업하려다 사기에 걸려 돈을 날린 중국인과 조선족이 한둘이 아니다. 이 때문에 하이린시의 반한 감정은 극에 달해 있다.

경남경찰청 외사수사대는 8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이린시에서 현지인 790여 명을 대상으로 취업 사기를 벌여 1042만 위안(약 21억원)을 가로챈 여모(4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여씨는 중국 내 인력 송출회사 대표 임모씨에게 접근해 “한국 조선소에 2000명을 취업시켜 주겠다”고 속여 송출비 명목으로 한 명당 1000만∼2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여씨는 ‘청와대 직속 국가전략연구소장’ ‘신문사 편집국장’ 등이 적힌 명함을 뿌리고 구 여권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현지인들을 속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린시는 중국 내에서도 한국의 이미지가 좋았으나 여씨의 취업 사기 탓에 피해자들이 격하게 시위를 했다. 사기 피해자 두 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가정 불화를 겪는 등 민심이 극도로 악화되자 중국 신문들이 이 같은 사건을 크게 보도했다. 하이린시 정부는 지난해 10월 김좌진 장군 기념사업을 위해 찾아온 김 장군의 손녀인 김을동(친박연대)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 사건을 조속히 해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문제가 커지자 한국으로 도피한 여씨는 내연녀와 함께 서울·대구·경주 등에서 스님 행세를 하면서 경찰의 추적을 따돌려 왔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여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배 전단 6만여 장을 제작해 전국에 뿌리며 공개수사를 해 왔다.

창원=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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