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내 얼굴을 돌려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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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기법의 하나로 죽은 사람의 얼굴을 복원하는 기술인 ‘복안’을 소재로 초현실적인 존재와 스릴러를 결합한 공포 멜로물 <페이스>입니다.

(영화는 '공포스릴러'물이라 홍보한다. 하지만 전혀 안 무섭고 이해할 수 없는 멜로로 보는 이를 혼란시킨다. '공포스릴러'보단 '공포멜로'란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 아닐까...그래서 과감히 공포멜로란 표현을 쓴다)

베타 알러지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딸을 둔 복안전문가가 뼈만 남은 시체만을 남겨놓는 일련의 연쇄 살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여러 초현실적인 현상을 경험하고 결국 연쇄 살인의 비밀을 알게 된다는 이야깁니다.

영화 데뷔 이후 처음으로 공포 장르에 도전하는 송윤아는 밝고 당찬 성격을 지닌 듯 하지만 비밀을 지니고 있는 신참 복안전문가 선영 역을 맡았고, ‘은행나무 침대’ 이후 줄곧 스크린에서 쓴잔을 마시고 있는 신현준이 상대 파트너로 나옵니다.

영화는 기획단계에서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았지만 3년에 걸친 시나리오 작업과정에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김이 빠졌고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충격적인 반전도 스스로 공개(?)하는 어처구니없는 단점을 드러내고 맙니다.

또 뭘 해도 별로 안 무서운 신현준과 왠지 어색한 송윤아의 연기는 공포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으며 영화는 순간순간 방향을 잃고 맙니다.

필요이상으로 관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충격적인 요법으로 공포를 조성하는 대목에선 관객들을 ‘짜증나게’까지 합니다.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귀신역할 전부를 송윤아씨가 연기했다는 걸 눈여겨 보신다면 그나마 지루함에 청량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멜로와 스릴러, 호러 장르를 결합하고 <식스센스>와 같은 충격적인 반전을 더한 새로운 공포물을 보여주겠다는 감독의 야심찬 결의는 이 세 가지 장르가 단락처럼 뚝뚝 끊기는 스토리 앞에서 무너지게 됩니다.

<체온><이른 여름, 슈퍼맨>등의 단편영화로 연출력과 가능성을 검증받은 유상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올 여름 줄줄이 개봉 대기중인 한국 공포영화의 신호탄이 될 공포멜로 ‘페이스’가 어느 정도 관객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 집니다.

글.영상 = 이병구 기자
내레이션 = 성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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