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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종 PD, 이탈리아賞 수상으로 '영상大家' 확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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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이라고나 할까요.이탈리아상은 철저히 작품의 예술성을 평가하는 상이지요.” 지난해 5월 방영된 KBS'신TV문학관-길 위의 날들'로 지난달 28일 이탈리아상 TV드라마부문 최고상을 받은 김홍종PD.그를 만나보면'이 사람이 정말 그 작품을 만들었을까'하는 생각조차 든다.

만나자마자 이탈리아상이 의미 깊은 상임을 연방 강조한다.인사가 끝나자마자 내미는 이력서에도'78년 방송대상 대통령상'등 요란한 수상경력들이 늘어서 있다.모두 사실이긴 하지만 상당히 자기 과시성이 짙다.

40대의 장기복역수가 3일간 휴가를 얻어 고향에 갔다 오기까지의 과정을 단 한점의 과장된 감정 없이 잔잔히 그려낸'길 위의 날들'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성품이다.그래도 방송계에서는 말한다.“그가 아니면 누구도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없다.” 김PD는 71년 KBS에 입사한 뒤 단막극.특집극만을 줄곧 맡아왔다.79년부터 80년까지 대하드라마'토지'를 만든 것이 유일한 연속극 경험. 그는'길 위의 날들'을'TV영화'라고 말한다.VTR용 테이프를 사용하는 여느 드라마와는 달리 16㎜ 필름으로 찍었기 때문만은 아니다.'길 위의 날들'은'영화'라는 말에 걸맞는 영상미를 지니고 있다.

눈 덮인 들판을 아버지와 아들이 걸어가는 장면만이 한마디 대사없이 계속 비춰진다.근처에는 거위가족이 지나가고.영상만으로 가족간의 정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70년대초였던 것 같은데,NHK가 이탈리아상을 받았다고 자기 채널을 통해 자화자찬해대고 난리를 피웠죠.우리나라는 너무 잠잠한 것 같아요.” 한동안 다른 얘기를 하더니 또 튀어나오는 이탈리아상 얘기.그러나 그 얘기가 자기 자랑 때문에 꺼내는 것만은 아니다.

시청률 높이기에만 혈안이 된 방송사들.그에 쫓겨 작품성.예술성 보다는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그의 후배 PD들.이번 수상을 계기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후배들에게 제공됐으면 한다는 것.그것이 김PD의 소망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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