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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 국가, 미국 힘 빼려 힘 합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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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러시아가 옛 소련에 포함됐던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벨라루스 등 유라시아 경제공동체(EurAsEC) 회원국 정상들과 회담을 열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100억 달러 규모의 국제구제기금을 창설키로 했다. 러시아는 이 기금에 75억 달러를 출연할 계획이다.

유라시아 경제공동체(EurAsEC) 회원국 정상들이 4일 모스크바에서 회의를 열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100억 달러 규모의 국제구제기금 창설에 합의했다. 아래 사진은 신속대응군 창설을 합의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 정상들. 왼쪽부터 세르즈 사르키샨(아르메니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벨라루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카자흐스탄), 쿠르만베크 바키예프(키르기스스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러시아), 에모말리 라흐모노프(타지키스탄), 이슬람 카리모프(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니콜라이 보르듀자 CSTO 사무총장. [모스크바 AFP=연합뉴스]


유라시아 경제공동체는 2000년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5개 회원국 외에 우크라이나·아르메니아·몰도바 등이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자금이 필요한 국가는 이 기금을 통해 대출받을 수 있으며 대출 조건은 국제 금융사들의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4일 옛 소련 6개 국가와 함께 신속대응군을 창설키로 했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가 주축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회원국이다.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의를 열고 군사 위협, 테러, 국제 범죄, 마약 거래, 비상 사태 등에 공동 대처키로 합의했다. 앞으로 신속대응군은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내에 파견돼 활동하게 된다. 병력 규모와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추후 논의될 예정이다. CSTO 회원국은 러시아·아르메니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벨라루스·우즈베키스탄 등 7개국이다. 외신들은 신속대응군 창설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CIS 내에서 미국의 역할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신속대응군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편 키르기스스탄은 3일 열린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직후 자국 내 마나스 지역에 있는 미 공군기지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키르기스스탄에 20억 달러 규모의 차관 제공과 함께 1억8000만 달러의 부채를 탕감해 주기로 약속한 직후에 나온 조치다. 러시아가 경제 원조를 빌미로 키르기스스탄 내 미 공군기지를 문닫게 한 것이다. 마나스 공군기지는 미국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하면서 매년 6300만 달러의 사용료를 내고 이용해 온 병참기지다.

외신들은 “그동안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온 미국의 행보를 차단하겠다는 러시아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오마바 취임 이후 미국과의 관계를 낙관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양국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익재·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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