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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킹 겁나요”… 강호순 후유증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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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도 안양에서 서울 강남의 직장까지 매일 출퇴근하는 지은영(28·여)씨. 요즘 그는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기 1, 2분 전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어머니에게 귀가를 알리기 위해서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어머니와 통화를 계속한다. 그가 사는 곳은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피해자를 유인한 곳과 지척이다. 2007년 혜진·예슬양 사건이 일어났던 지역이기도 하다.

부녀자 7명을 살해한 강호순의 끔찍한 범행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여성들은 ‘나도 연쇄살인의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전전긍긍하고, 남성들도 딸이나 아내, 연인의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른바 ‘포스트 강’ 신드롬이다.

스타킹·부츠·스커트를 착용하기 꺼리는 여성이 늘고 있다. 강이 스타킹 등에 병적인 집착을 보였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지영(20·경인교대 2년)씨는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을 하고 다닌다. 김씨는 “강호순이 긴 머리에 스타킹과 부츠 신은 여자를 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음날부터 바지만 입고 다닌다”며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신는 것은 혹시 무서운 일이라도 당할 때 도망치기 편할 것 같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온라인 쇼핑몰의 호신용품 판매가 급증했다. 강이 검거된 25일 이후 호신용품 판매량은 옥션과 인터파크의 경우 전주보다 각각 60%와 40%, GS이숍은 100% 증가했다. 강력한 최루액이 발사되는 립스틱 모양의 호신용 스프레이와 100dB 이상의 경보음이 울리는 호신경보기가 특히 인기다.

회식이 있더라도 1차만 간단히 하고 귀가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여성 혼자 택시를 탈 때는 애인이나 동료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택시 번호판을 촬영하거나 집에 도착할 때까지 전화 통화를 해 안전을 확인하는 신종 ‘에스코트’ 방법도 등장했다.

이에스더·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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