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 콘서트 준비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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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시간여 춤추며 노래하는 라이브 공연을 위해서는 강한 체력이 필수 조건이다. 댄스 가수 거북이(왼쪽부터 지이.터틀맨.금비)가 점프하고 있다. 신동연 기자

관객의 눈이 높아졌다. 아니, 귀가 고급스러워졌다. 이제는 그저 얼굴만 반반하고 춤만 잘 춰서는 진정한 가수로 살아남기가 힘들다. 가창력을 갖춘 실력 있는 가수가 많기 때문이다. 노래 실력을 제대로 검증하기에 CD 음반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CD는 마치 디지털 기술로 수정한 포토샵 사진 같기 때문이다. 아무런 가공도 하지 않은 가수의 살아있는 육성을 들으려면 콘서트를 찾아야한다. 그래서 콘서트에 모든 것을 거는 가수들이 늘고 있다. 노래 외에도 개성있는 메뉴로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의 피땀어린 콘서트 준비 현장을 찾아갔다.

◆ 체력 관리는 기본

100m 달리기.인라인 스케이트.싸이클.수영…. 어린이 스포츠클럽 프로그램이 아니다. 오는 26일 첫 콘서트를 여는 혼성 3인조 댄스 그룹 거북이의 체력관리 프로그램이다.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본명 임성훈.31)은 "두 시간 가량 내리 16~17곡을 춤추며 부르기란 쉽지 않다. 노래 실력이 되더라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공연은 실패로 끝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두 달 전부터 밤마다 한강에서 살다시피 했다. 100m 전력 질주부터 줄넘기.싸이클 등을 하며 땀을 뺐다. 주말에는 함께 등산도 했다. 한때 105kg에 달했던 터틀맨은 몸무게를 9kg이나 줄였다.

라이브 공연을 자주 갖는 편인 그룹 동물원의 멤버 유준열(41)씨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직장 생활 때문에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다. 라이브 공연에서는 숨쉬는 소리까지 고스란히 들리기 때문에 운동으로 폐활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 숨겨둔 개인기를 꺼낸다

오는 26.27일 처음 콘서트를 여는 3인조 남성 그룹 SG워너비의 막내 김진호(18)는 요즘 콘서트에서 공개할 뮤직비디오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직접 길거리 농구 대회를 하는 내용이다. 뮤직비디오에 SG워너비의 멤버가 직접 등장하는 건 처음이다. 안양예고 출신의 멤버 김용준(20)은 뮤지컬을 연습하고 있다.

SG워너비의 기획사 도브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좋은 영화를 본 것 처럼 여운이 남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 가창력 뿐 아니라 관객들이 평소 접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5인조 남성 그룹 엠스트리트(M.street)도 다음달 7일 첫번째 콘서트를 대비해 개인기를 닦고 있다.두 명은 건반과 드럼, 두 명은 춤, 한 사람은 랩과 비트박스다. 지금까지는 노래만 불렀지만 공연은 '종합선물세트'가 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 게스트를 붙잡아라

콘서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게스트다. 게스트는 가수들에게 쉬는 시간을 주면서 관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역할을 한다. 요즘엔 같은 기획사에 소속된 신인을 선보이는 자리로 이용되고 있다.그러나 오는 26일 공연하는 힙합 가수 주석(26)은 좀 다르다. 랩을 주로 하다 보니 혼자 공연을 모두 소화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수 김진표.김범수.조PD.이소은.이정민.JK김동욱,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비보이(B-boy) 팀, DJ 등 무대에 오르는 사람만 40여명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콘서트 계획을 세우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게스트 초청 작업이었다.

◆ 생활이 곧 연습이다

가수들은 콘서트에 돌입하기 1~2주 전부터 모든 스케줄을 비우고 오로지 공연 연습만 한다.

공연 한 두달 전부터 활동을 접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 생활이 연습일 수 밖에 없다. 11일부터 10회에 걸쳐 소극장 공연을 시작하는 가수 휘성(22)은 연습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보컬 개인 강습도 꾸준히 받는데다 틈 날 때 마다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댄스 그룹 거북이는 일상적인 밤무대 활동을 콘서트 연습이라 생각한다. "히트곡만 부르는 업소 관례를 깨고 연습삼아 알려지지 않은 노래들을 부른다"는 것이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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