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한국 증시 다시 ‘노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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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보이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의 문을 조심스레 두드리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모두 7307억원어치를 코스피시장(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것이다. 여기에다 2일 하루 동안 외국인이 2361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을 포함하면 금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이로써 지난달 29일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주식 비중은 28.84%로 지난해 연말에 비해 0.1%포인트 늘어났다. 외국인 주식 비중은 2004년 4월 말 44.1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이후 연이은 외국인의 주식 매도로 인해 지난해 연말 28.74%까지 줄었다. <표 참조>


올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현대미포조선. 현대미포조선의 외국인 지분 비중은 지난해 말 18.95%에서 지난달 29일 현재 21.71%로 늘었다. 이 덕에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이 기간에 14.8% 올랐다. <표 참조>

이 같은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세계 주요 국가 증시 중 한국 증시가 유일하게 지난 1월 강세를 보였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1월 한 달간 3.35% 올라 미국 S&P500지수(-8.57%)와 일본 닛케이225지수(-9.77%), 독일 DAX지수(-9.81%), 영국 FTSE100지수(-5.53%), 홍콩 항셍지수(-7.71%) 등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글로벌 기업을 높이 평가해 순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반도체 가격 폭락을 못 견딘 후발 업체들이 백기를 들면 삼성전자가 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 5위 D램 업체인 독일 키몬다가 지난달 파산했고, 일본 도시바도 대규모 적자 탓에 차세대 제품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현대자동차는 엔화 강세의 수혜종목으로 부각된다. 현대증권이 엔-원 환율과 현대자동차 및 도요타 주가를 분석한 결과 1985~88년과 1991~94년 등 엔화가 강세를 보인 시기에 현대자동차 주가는 각각 300%, 70% 상승했다.

이 같은 요인과 함께 1400원 부근에서 움직이는 원화가치도 외국인을 불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앞으로 세계 경제가 안정을 되찾아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국내 주식에 투자한 외국인은 환차익까지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에서 반도체와 자동차·조선·철강 등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원화 가치가 과도하게 떨어진 점이 외국인을 불러들였다”고 분석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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