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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곁의문화유산>강화도 정수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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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강화도는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했던 참성단이 있는 민족의 성지이자 한반도의 허리에 위치한 국토수비의 요지로 여러시대에 걸친 국방유적이 많은 호국의 성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구려시대에 창건됐다는 전등사는 이제 고즈넉한 산사의 맛을 느끼기엔 역부족이다.

이렇듯 20세기라는 새옷을 입은 유적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이라면 강화도 남단 마리산의 동쪽기슭에 숨은 듯 자리한 정수사를 찾아볼 일이다.대웅보전과 삼성각.요사채 뿐인 아담한 절이지만 대웅보전 마당에 서면 서해를 한껏 품어볼 수 있다.물이 빠지면 바다는 갯벌이 되어 또다른 풍광을 보여준다.

어찌 보면 심심하기 이를데 없는 가람이지만 경내가 초라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대웅보전 때문이다.정면 법당 건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툇간 놓인 점도 그러하거니와 공포와 공포 사이에 놓인 화려한 연꽃화반과 사분합문이 눈길을 끈다. 보물 제161호로 지정된 대웅보전은 세종5년(1423) 중창된 정면 3칸,측면 3칸짜리 주심포 맞배지붕 건물이다.툇간은 애초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라 후대에 증축된 것으로 여겨진다.정면 가운데 칸의 사분합문을 장식한 꽃살은 흔히 보는 연속 꽃송이가 아니라 아예 연꽃과 모란을 한아름 꽂아놓은 꽃병이다.이렇듯 화려한 꽃창살은 단순히 빛을 순화하고 유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석가모니를 위한 헌화가 아니었을까.꽃창살의 화려함은 양쪽 협칸의 소박한 격자 창호로 더욱 돋보인다.

마리산 참성대로 가는 길은 여럿있지만 주로 문산리의 계단길이 많이 이용되는데 위쪽으로 오를수록 계단이 가파르고 경사가 심해 지루하고 힘든 단점이 있다.정수사 뒤로 난 길을 이용하면 바위를 넘나들기도 하고 능선을 타기도 하며 산행하는 기분을 짧게나마 만끽할 수 있다.

요사채 뒤편 오솔길로 약3백 올라가면 마리산을 등지고 서해를 바라보는 위치에 아담하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부도 한 기가 있다.무학대사의 제자인 함허스님의 부도다.

◇가는 길=먼저 강화읍에서 84번 지방도로를 따라 길상면 소재지인 온수리를 찾는다.온수리에서 전등사 앞을 지나 동막리로 가는 18번 시도로를 따라 6.2㎞ 가면 길 오른쪽에 정수사 입구가 나온다.입구에서 정수사까지는 약 1.3㎞다. 글 =김효형〈한국문화유산답사회〉

<사진설명>

정수사 대웅보전은 꽃창살.연꽃화반등 색다른 풍광을 보여준다.

사진=김성철〈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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