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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심장' 발 건강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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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여름은 노출의 계절.가벼운 샌들에 맨 발 차림을 한 이들이 많아졌다.

평소 별다른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게 발이지만 알고 보면 발은 제2의 심장이자 인류문명의 발상지인 셈.발을 땅에 내딛을 때마다 혈액순환이 촉진되며 인간 특유의 튼튼한 발이 있었기에 서서 걸을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손이 자유로와진 것이다.

26개의 뼈와 1백여개의 근육으로 이뤄진 인간의 발은 매일 32톤의 하중을 견뎌가며 평생동안 지구를 4바퀴 반이나 걸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발이 받는 대접은 초라하기 그지없다.발톱에 페티큐어를 칠하고,발목에 발찌를 두르고,발가락 반지까지 끼었다고 해서 발이 대접을 받는 건 아니다.

최근 발표된 발 관련 연구논문들은 우리나라 성인 3명중 1명이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져 있는 이른바 버선발기형을 앓고 있으며,평소 발이 아파 고생하는 이도 4명중 1명이나 된다고 보고하고 있다.심지어 하이힐을 오래 신은 여성에게나 나타나는 기형적인 발 형태가 어린이에게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과중한 과외에 시달리느라 육체활동시간이 턱없이 짧은 탓에 발의 근육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것이 원인.여기에 발바닥 전체를 이용해 걷는 나쁜 보행습관과 기능보다 모양을 중시한 신발이 어린이 발건강을 해치고 있다.

발 전문가들은“현대인의 발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요인은 잘못된 신발의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발이 열냥이라면 신발은 아홉냥이라는 것. 가장 나쁜 신발은 앞이 뾰족하고 굽이 높은 구두.버선발기형을 일으킴은 물론 발을 땅에 내딛을 때 발생하는 충격이 발목과 무릎,허리까지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하이힐도 오래 신다보면 발에 익숙해진다고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하이힐은 세계적인 톱모델 나오미 캠벨조차 패션쇼에서 수차례 넘어지게할 정도로 걸음걸이를 불안정하게 한다.하지만 키를 커 보이게 하고 걸을 때 엉덩이 근육을 많이 움직이게 해 섹시하게 보인다는 이점(?)으로 여성들을 사로잡고 있다.

문제는 모양을 내기 위해 어디까지 발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느냐는 점.가급적 하이힐은 피하는 것이 좋지만 굳이 신어야 한다면 앞발바닥 쪽에 쿠션을 넣어 앞뒤 높이의 불균형을 줄여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요즘 유행하는 통굽구두와 발가락쪽 공간이 유난히 넓은 이른바 '뽀빠이 신발'도 좋지 않다.둘 다 불안정한 걸음걸이를 유발하기 때문. 노원을지병원 족부클리닉 이경태박사는 이상적인 편안한 신발을 “발가락 앞으로 1㎝정도 여유가 있고 굽의 높이는 2.5㎝ 가량되는 것”이라고 들려준다.간과하기 쉬운 것은 신발의 폭.모양만 고려해 좁은 구두를 선택하면 반드시 탈이 난다(관계기사 30면).신발은 가급적 발이 중간정도 부어있는 오후 5시무렵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바른 보행방법도 중요하다.발뒤꿈치부터 땅에 닿게 걷는 것이 정답.만약 신발 굽이 한쪽 방향으로만 닳아있다면 잘못된 걸음걸이인 셈. 또하나의 대표적인 기형은 평발.한양대병원 족부클리닉 박시복교수는“평발은 잘못된 신발과 걸음걸이,유전적 소인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나타난다”고 분석한다.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심할 경우 군대면제판정을 받을 정도로 걸음걸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단순히 오래 걸으면 피곤한 정도라면 깔창이나 패드,발근육 강화운동 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통증까지 동반되는 평발이라면 수술을 받아야한다.

당뇨는 발건강을 위협하는 최후의 복병.우리나라에서만 매년 수천명의 당뇨환자들이 발을 잃게 되며 당뇨환자의 3%는 궁극적으로 발 절단수술을 받는다.

당뇨병 특유의 혈관과 신경손상으로 당뇨환자의 발은 조그만 상처에도 유달리 쉽게 덧나기 때문이다.

발의 수술교정은 정형외과,신발교정은 재활의학과를, 티눈이나 발톱이 살갗으로 파고드는 경우는 피부과를 찾는 것이 좋다.

조물주의 노여움을 눈치챈 까닭인가,최근들어 발 전문클리닉이 잇달아 개설되는등 발 건강에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사진설명>

발이 열냥이면 신발은 아홉냥. 건강한 발은 신발이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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