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에 치인' 100m 한국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 전덕형이 100m 결승에서 전력 질주하고 있다.

25년 묵은 육상 100m 한국기록(10초34)을 깰 기대주가 주저앉고 말았다. 9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

상비군에서 훈련 중인 전덕형(20.충남대)은 고개를 숙인 채 트랙에 앉아 "정말 열심히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10초77의 기록으로 5위.

그의 얼굴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고, 눈 흰자위는 시뻘겋게 피가 맺혀 있다. 지난달 중순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흔적이다. 팔과 다리에도 아직 상처가 남아 있다. 뜻밖의 사고로 막바지 훈련을 하지 못했다.

일본의 최고 단거리 코치인 미야가와 치아기를 초빙해 100m 기록을 깨려는 육상연맹의 '미야가와 프로젝트'도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전덕형은 미야가와의 수제자다.

지난해 말부터 매달 일주일씩 한국을 찾아 공을 들인 제자의 부진에 미야가와도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곧 냉정해졌다. "기록을 깨려면 대회를 앞두고 어떤 사고도 당하지 말아야 하는 게 기본"이라며 "그것도 실력"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코치를 불러 올 이유가 없다"는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 육상연맹이 초빙했던 미야가와는 다음달로 별 성과 없이 한국 훈련을 마친다. 대신 미야가와는 그가 감독으로 재직 중인 일본 도카이(東海)대학으로 전덕형을 데려가 훈련시킬 계획이다. 아시아 100m 최고 기록(10.00)을 세운 이토 고지, 그리고 아시아 최초로 10초 벽을 깰 것으로 기대되는 수에츠 신고의 훈련장이다.

미야가와는 "체격과 유연성 등에서 한국 선수들이 일본 선수보다 잠재력이 뛰어나다. 일본 선수는 세계기록을 깨려 하고, 한국 선수는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려 훈련하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전덕형을 더 훌륭한 선수로 키워 한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말했다.

대구=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