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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너희들의 탐욕, 우리들의 재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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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위기 그리고 그 이후
자크 아탈리 지음, 양영란 옮김
위즈덤하우스, 200쪽, 1만2000원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돈을 잘못 다스렸다가는 세상이 무너진다는 것 쯤이 될 것 같다. 돈이 돈을 벌게 하는 금융자본주의에서는 돈의 보복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그게 이번의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얘기인 듯하다. 그렇다면 해법은? 당연히 돈에 끌려다니지 마라다. 위기의 주범은? 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의 경영자들과 금융상품 운영자들이다. 이 책에서는 ‘정보 선점자’로 표현돼있다.

프랑스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받는 지은이는 이들에 대한 분노를 곳곳에서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가장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정보 선점자들은 2002년 한해에만 100억달러의 보너스를 챙겼고” “신용부도스와프(CDS)나 부채담보부 증권(CDO) 같은 대단히 복잡한 금융상품을 만든 건 자신들의 탐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번의 패닉 조차도 “정보선점자들에 의해 연출됐다”고까지 말한다. 탐욕에 가득 찬 강도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물론 다른 범인들도 색출해냈다. 불평등 소득분배와 무계획적인 세계화가 그들이다. 지은이는 미국을 공정한 소득분배와는 거리가 먼 나라라고 혹평한다.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 29일(현지시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으로 분장한 한 시민이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미흡하다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툴루즈 AFP=연합뉴스]

미국의 위기가 전세계로 퍼진 이유를 지은이는 세계화에서 찾는다. 특히 금융의 세계화를 문제 삼는다. 한 국가 내에서는 법치와 금융감독이 작동하지만 세계 시장은 사각지대다. 이 틈새를 비집고 정보선점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게 “서브프라임 대출금의 절반 정도를 미국이 아닌 곳에 위치한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배경이다.

원인을 이렇게 보면 해법은 자연히 도출된다. 지은이는 미시적인 해법까지도 제시하지만 기자가 보기에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가 소득 불평등 해소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세제 개편, 사회 안전망의 강화 등을 제안한다. 이는 1930년대 뉴딜 정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세계적인 규제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정보선점자들의 자유를 억제하려면 국내에만 머물러 있는 금융감독 기능의 외연을 세계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초국가적인 정부와 경찰, 사법제도를 만들자고 한다. 그렇게 해야 “민주주의의 권력을 통해 시장의 권력을 재조정할 수 있고”“법치성의 권력을 통해 금융시장의 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이게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미봉책으로 체제의 위기를 막으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얼마 안가 위기가 재연될 것이라고 한다. 그 때는?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미국에는 전체주의적 정권이 들어서고 계급간 증오가 부활되는 등 “아무도 원치 않는 끔찍한 재앙이 몰아칠” 수도 있다고 한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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