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4자회담 수락 궁극적 목표는 식량지원 얻어내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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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반도 평화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4자회담의 예비회담이 시작된다.한.미 양국이 4자회담을 제의한지 1년4개월여가 지나서다.

남북한과 미국은 지난 3월 4자회담을 위한 3자공동설명회를 가진데 이어 4월에는 공동설명회 후속회의를 열었다.

한.미 양국은 후속회의에서“무조건 4자회담 개최”를 주장했지만 북측은“대규모 식량지원을 조건으로 4자회담에 참석하겠다”며 남북한과 미국이 먼저 참여하고 중국이 추인하는'3+1방식'을 내놓아 협상이 결렬됐다. 그러나 지난달말 주유엔 북한대표부에 부임한 이근(李根)차석대사는“예비회담 개최후 식량지원문제를 논의하자”고 기존입장을 완화했다.이에따라 여섯차례에 걸친 뉴욕 실무협상이 이어졌고 남북한과 미국은'8월초 예비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이다.

남북한과 미국은 30일 차관보급 접촉을 갖는다고 발표했지만 차관보급 접촉은 합의사항을 확인하는 '모양 갖추기'에 지나지 않는다.예비회담이라는 협상테이블이 일단 마련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외교전문가들은 예비회담이 개최된다 하더라도 본회담 개최에 이르기까지에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고 지적한다.

회담에 임하는 생각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남북한 신뢰구축을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수립한다는게 4자회담의 궁극적 목표지만 북한의 4자회담 참여는 식량을 얻어내는게 최대목적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본회담 개최전에 대규모 식량지원을 얻지 못할 경우 예비회담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등 한.미가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를 의제로 고집해 본회담 개최를 무산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북한이 앞으로 어떤 어려운 문제를 들고 나오더라도 4자회담이 시작된 이상 무의미한 공전만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예비회담 단계에서 중국도 참여하는 만큼 중국의 역할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한.미 양국은 이에따라 북한이 4자회담에 참여하면“더이상 체제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예비회담 단계부터 강조할 계획이다.또 북한측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식량원조 역시 대북 경제협력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설득할 생각이다.

정부의 또다른 당국자는“북한이 예비회담 참가를 수락한 것은 북한이 김정일(金正日)의 권력승계를 앞두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북한은 이미 국제기구 원조등을 통해 식량난 위기를 넘긴 상태며 앞으로는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북.미관계 격상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대미관계 개선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관측이 맞다면 4자회담은 의외로 쉽게 풀려나갈 수도 있다.

어쨌든 정부는 북한이 앞으로 식량원조등 여러가지 대가를 요구하겠지만 북한의 요구를 한반도 긴장완화 이행과 연계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이번 기회를 한반도 안정의 확고한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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