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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6.25 47주년 맞는 '압록강 선발대' 세 용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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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압록강물을 수통에 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4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니….” 한국전쟁 발발일을 이틀 앞둔 23일 오전11시 서울광진구청장실.한국전쟁 당시 최초로 압록강까지 진격한 6사단(일명 블루스타)수색대 제3소대 대원이었던 정영섭(鄭永燮.65.현 광진구청장).홍적숭(洪迪崧.68.당시 선임하사).이병엽(李炳燁.71.당시 1분대장)씨등 옛 전우 세명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들은 50년10월26일'압록강 선발대'로 뽑힌 30여명의 수색대 소속 대원들로 평안도 초산지방의 압록강물을 가장 먼저 맛보는 감격을 누렸다.

이때 鄭씨는 피난도중 학도병으로 자원했던 풋내기 신병이었고,이북출신인 洪.李씨는 해방후 단신 월남해 국군에 입대한 鄭씨의 상사들이었다.

“10월하순이라 강물이 무척 차가웠어요.하지만'이젠 통일이 됐구나'는 생각에 모두들 텀벙텀벙 발을 담그면서 만세를 불렀죠.”하지만 종전에 대한 안도감과 죽음으로부터의 해방감에 도취되기도 잠깐.당시 묘향산에 진치고 있던 중공군에 의해 포위 됐고 그 다음날 부랴부랴 후퇴하기 시작했다.

뿔뿔이 흩어지는 바람에 이들 세명도 헤어지게 됐고,鄭씨는 3일동안 산길을 헤매다 결국 중공군에 붙잡히게 됐다.그후 사흘동안 영변에서 음식 한끼 못먹고 붙잡혀 있던중 야음을 틈타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이후 전선에 재투입된 鄭씨는 51년 연천전투때 머리에 파편을 맞고 명예제대,나중에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살아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다는게 기적같다”는 이들 세 전우는“하루 빨리 통일돼 압록강물을 다시한번 마셔보고 싶다”며 서로의 손을 꼭 부여잡았다. 박신홍 기자

<사진설명>

'그 날의 용사들'(왼쪽부터 이병엽.정영섭.홍적숭씨)이 모여 47년전 무용담을 주고 받으며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방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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