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글씨도 거꾸로 - 광고도 파괴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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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거꾸로 돌려 보자','뒤집어 놓고 보자'. 뭔가 다르게 생각해야 성공한다.제품도 남과 다르게 만들어야 눈길을 끈다.가격도,인사도,경영도,정치도 온통'파괴시대'다.광고에도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역(逆)발상이 유행이다.모델이나 글씨를 거꾸로 세워 놓아 눈길을 끄는 광고가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할인점 E마트의 광고는 직원을 거꾸로 세워 놓았다.광고내용은'어디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소비자가격-뒤집었습니다'로 시작해'가격이 낮으면 품질도 떨어진다는 인식''싼 곳에서 사면 환불이 안된다는 인식''지방에 가면 쇼핑할 만한 곳이 없다는 인식''외국 유통산업이 우리나라보다 앞섰다는 인식'을 죄다 뒤집었다고'인식의 파괴'를 선언하고 있다.광고제작을 맡은 웰컴의 문애란(文愛蘭)부사장은“유통에 대한 상식을 뒤집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기 위해 모델을 거꾸로 세웠다”고 설명했다.

컴퓨터업체인 뉴텍컴퓨터는 세일광고에서'뉴텍세일'이라는 글자를 거꾸로 돌려 놓아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세일광고는 으레 할인된 가격에 초점을 맞추게 마련인데 이런 통념을 깸으로써 주목률을 높이려고 했다는 것. 삼성전자의 따로따로 독립만세 냉장고 광고는 물구나무 선 씨름선수를 등장시켜 뒤집기의 이색효과를 노리고 있고,동양매직도 독도사랑 브랜드의 신제품 가스레인지 광고에서 독도 모습을 뒤집은 사진으로 일본의 독도망언을 뒤집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물구나무 광고는 94년 당시 조흥은행 이종연(李鍾衍)행장이 TV광고에 물구나무로 출연하면서 화제를 모았다.은행 집무실에서 5초 정도 거꾸로 섰다가 일어선 뒤“가끔씩 세상을 뒤집어 봅니다.고객입장에서 보면 은행의 고칠 점도 참 많더군요”라며 경영개혁 의지를 알렸다.

이런'뒤집어 생각하기'추이는 상식파괴로도 이어져 한때 생리대 광고에 남성(쌍용제지 울트라화인.감우성)이 나오는가 하면 샴푸광고에 긴 머리 여대생 대신 대머리 여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출판업계에서는'거꾸로 읽는 세계사''물구나무 서서 보는 한국역사''상식밖의 세계사''거꾸로 가는 경제이야기''거꾸로 선 한국경제''거꾸로 읽는 교과서''뒤집어 본 한국미술''거꾸로 읽는 성서'등의 책이 출간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종태 기자

<사진설명>

동양매직의'독도사랑'브랜드 가스레인지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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