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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청소년 스크린 非行 - '나쁜영화' 제작 끝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영화 좋아요.진짜 나쁜 영화 같아요.이런 영화 못봤어요.나쁜 애들인데 연기를 기가 막히게 잘 해주었어요.기성의 연기자들에게서 볼 수 없는 것들을 얘네들이 해치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덟번째 장편영화'나쁜 영화'의 촬영과 편집을 마치고 최근 예고편을 공개한 장선우 감독의 이 헷갈리는 말은 실제 영화에 대한 궁금증만 잔뜩 부풀려 놓는다.

1분30초짜리 예고편은 거칠고 어두운 화면에 자동차를 부수는 군중,침대에 앉아 있는 비행소녀등의 혼란스런 모습이 스쳐지나가고'불량식품 맛있고 불량만화 재밌다''나쁜 짓 즐겁고 나쁜 영화 재밌다'등의 거침없는 자막들이 촌스럽고 뻘건 글자체로 번뜩인다.

제작비를 댄 대우시네마 관계자의“솔직히 기획.배급에 회사 이름을 넣기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든다.어떻게 편집돼 나올지 겁도 난다.시대를 앞서 변화하려는 장감독의 자세와 노력을 믿을 뿐”이라는 반응이 이 영화에 대한 논란을 예고할 뿐이다.

사실'나쁜 영화'는 장선우 감독의 모험적인 시도로 뒷말도 많고 화제도 풍성했다.장감독이 표방한 것은'열린 영화'와'가짜 영화'(fake cinema.다큐멘터리 같으면서도 허구적인 영화).이태원.화양리에서 가출.본드흡입.절도등을 실제로 경험한 비행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거쳐 뽑은 10명의 소년.소녀가 아무런 시나리오도,콘티도 없이 즉흥적으로 연기를 했다.

감자역을 한 이재경군은“남자 출연자들은 실제로 겪은 일들을 그대로 재현했다.그 일이 벌어졌던 장소들도 똑같았고,아무튼 연기하면서 옛날 생각도 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고 주인공인 공주역을 한 최미선(15)양도“감독님이 시나리오도 전혀 정하지 않고 우리에게 대사도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화면구성을 위해 8㎜,16㎜,35㎜ 세대의 카메라와 비디오를 동원해 찍은 필름의 길이가 모두 20만자(보통 한국 영화는 7만~8만자)에 1백30시간의 분량.감독편집판으로 겨우 2시간20분 분량으로 잘라냈지만“촬영분을 보는데만도 한달 걸려 편집하는데 엄청 힘들었다”는게 장감독의 하소연이다.게다가 장감독의 표현에 따르면“기존 충무로의 관습적인 촬영방식으로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방식으로 찍어”35㎜를 찍던 촬영감독이 도중에 그만두었다.장감독 자신도 너무 찍은 분량이 많다 보니 3부로 나누어 찍는다는 계획을 도중에 바꾸어 2부까지 찍고 3부는 포기해버렸다.

영화는 소위 실제'비행청소년'들의 모습과 행동들을 그대로 담고 이와 함께 행려자들의 모습이 교차된다.“우리나라처럼 비참한 10대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한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의 70~80%가 가출충동을 느낀다고 하지 않는가”라는 장선우감독은“아이들과'나쁜 영화'를 찍으면서'트레인스포팅'같은 만들어지고 가공된 영화는 다 가짜같고 짜증스럽더라.아이들도 지루한 선도영화라며 싫어했다”고 말한다.궁금증만 증폭시키고 있는'나쁜 영화'는 헝가리에서 부분 후반작업을 마친 뒤 7월26일 개봉된다. 이남 기자

<사진설명>

시나리오도,콘티도 없이 소위 비행청소년들의 즉흥 연기를 카메라에 담은 장선우감독의 실험성 짙은 신작'나쁜 영화'.촬영한 분량만도 1백30시간에 달하는등 많은 화제를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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