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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아우디의 질주… 불황도 제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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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 최고급 자동차(럭셔리) 시장은 BMW·벤츠·아우디 3사가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상위 1% 부자 고객’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한다. 부자들은 럭셔리 차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쉽사리 구매 패턴을 바꾸지 않는다. 일반 상품과 같이 불황이라고 해서 취향을 바꾸지도 않는다.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가 북미시장 등에서만 일부 강세를 보이면서 럭셔리 차 대열에 완전히 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럭셔리 차 업계에서는 판매 대수를 1% 늘리려면 마케팅 비용 등이 1000억~2000억원이나 들 정도라고 한다. 어느 업체건 눈에 띄게 판매량을 늘리기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럭셔리 차 3위인 아우디가 최근 불황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100만3400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96만4151대) 4.1% 증가했다. 13년 연속 판매가 증가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2004년 한국에 첫 진출해 807대를 판 이후 지난해 4754대로 5배나 성장하기도 했다.

반면 줄곧 세계 시장 1, 2위를 다투는 BMW와 벤츠는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2000년 이후 처음으로 판매가 줄었다. 선두주자인 BMW는 지난해 120만2239대를 팔아 전년 대비 5.8% 줄었다. 10년 만에 첫 감소다. 벤츠도 112만1700대로 전년(118만5300대) 대비 5% 감소했다.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럭셔리 차 시장에서 아우디가 선전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아우디의 눈길 끄는 디자인과 다양한 신차, 그리고 혁신 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를 손꼽는다.

◆디자인으로 승부=아우디는 기술과 품질만으로는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2000년부터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간 ▶일반 도로 시속 400㎞ 돌파(1937년) ▶사륜구동 승용차 콰트로 개발(1980년) ▶알루미늄 차체 개발(1993년) 등 세계 최초의 기술로 발전했지만 앞으로는 디자인으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2004년 A6에 ‘싱글프레임’이라는 독특한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처음 선보였다. 보통 차의 앞 번호판 윗부분에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범퍼까지 내려오게 한 것이다. 이를 개발한 발터 드 실바 디자이너(현 폴크스바겐 총괄)는 “역동적이면서 품격이 있는 아우디의 힘을 표현한 것”이라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현재는 모든 차에 기본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글프레임이 적용된 A8·A6·A4 등의 모델은 세계적 권위인 아우토니스 디자인 어워드(2005년)를 받는 등 상을 휩쓸었다.

◆세대 교체로 분위기 쇄신=아우디는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생산 체제도 바꿨다. A4아반트(왜건), A4컨버터블·A3해치백·A5쿠페·Q5 SUV는 모두 A4와 같은 차체와 엔진을 쓴다.

독일 아우디 본사 공장의 마티아스 리플 담당은 “한 조립라인에서 5, 6개의 차종을 동시에 만들어 생산성을 높였다”며 “차체와 엔진은 같지만 다양한 디자인의 차를 만들어 이른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아우디는 2007년 1월 44세의 루퍼트 슈타들러를 회장으로 임명했다. 젊은 회장이 50대 중후반의 담당 임원을 독려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슈타들러 회장은 취임 이후 ‘진보와 혁신’을 외쳤다. 당시 90만 대 수준이던 연간 판매를 수년 이내 100만 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목표는 세계 1위(럭셔리 차 시장)라고 공언했다. 슈타들러 회장의 이 같은 공격적인 경영전략도 아우디가 불황에서도 돋보이는 기업이 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태진 기자

◆아우디=1910년 아우그스트 호르히가 독일 쾰른에 설립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자금난으로 다임러벤츠가 인수한 뒤 64년에는 폴크스바겐에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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