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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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민가가 드문드문 있는 큰길가에 다방같은 것은 없고 출입문이 흙먼지로 덮인 분식집이 하나 있었다.도철과 아가씨는 그 분식집으로 들어가 구석자리 식탁에 앉았다.떡라면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실례가 되는 질문인지 모르지만 또 묻게 되는군요.누구 면회를 하고 왔나요?” 도철이 점잖은 어조로 다시 물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애인을 면회하고 왔어요.모든 게 나를 사랑한 죄죠 뭐.나를 좋아하는 남자가 또 있었는데 그 남자를 때렸어요.보통 때린 게 아니라 한쪽 눈이 멀 정도로 때려서 합의를 못보고….”“그랬군요.제 친구는,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뭐하고,억울하게 갇혀 있어요.제 친구 부모는 나를 오해하고.그 친구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데,그 친구가 검찰이나 법원으로 호송되는 날과 시간이 언제인지 알기라도 하면 호송차량 차창 너머로 그 친구 한번 보고 싶거든요.”“그걸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아가씨가 떡 조각 하나를 나무 젓가락으로 집어들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하였다.

“애인에게 부탁해서 알아낼 수는 없을까요? 애인이 간수를 구워삶든지 해서 말이에요.간수를 구워삶는데 드는 돈은 필요한대로 드릴게요.정 안되면 호송 책임을 맡은 간수가 사는 집주소라도 알아다 주면 우리가 어떡해서든지 알아볼 수도 있구요.”“우리라구요?” 아가씨의 수더분한 얼굴에 경계의 기색이 다시 어렸다.

“사실은 그 친구 얼굴을 보고싶어하는 친구들이 몇 명 있거든요.”“혹시 호송차량을 덮치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죠?” 아가씨가 라면그릇에 젓가락을 담근 채 금방이라도 일어나 나갈 태세를 취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생각도 할 수 없죠.얼마나 경계가 철저할 건데.다만 우리는 친구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어서 그런다니까요.”“그럼 재판받을 때 법원으로 가서 보면 되잖아요.호송차량은 철망이 쳐져 있고 선팅이 짙게 되어 있어 사람 얼굴을 보지도 못할텐데.”“소년법원은 비공개라 가볼 수가 없죠.공개라고 하더라도 그 친구 부모가 우리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얼씬도 할 수 없어요.애인에게 부탁해서 호송 책임을 맡은 간수 집 주소만이라도 알아다 주세요.애인이 호송 책임을 맡은 간수에게 직접 물어 집 주소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다른 간수를 돈으로 구워삶아 그 사람 주소를 알아다달라고 하면 될 거예요.그러면 그 다음은 우리가 처리하면 되겠죠.우선 착수금으로 아가씨에게,아니 누님에게 이백만원을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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