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속의홍콩>홍콩내 대만기업들 속속 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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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홍콩이 중국품에 안기면 대만이 홍콩에서 잃어버릴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관심사항은 세가지로 집약된다.

우선 홍콩내 대만 관방기구들의 운명이다.'주홍콩 대만영사관'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는 중화여행사등 9개 기구의 장래가 불투명한 상태다.

대만은 7월부터 대륙위원회 산하에 홍콩사무국을 설치,이들 기구를 통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지만 존립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노릇이다.중국 정부가 이미▶반환후 이들 기구는 반드시 등록할 것▶등록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은 금지한다는등의 방침을 통보했기 때문이다.정치적인 활동을 해온 이들 관방기구에'등록목적내 활동'만 허용한 것은 사실상 존립기반을 빼앗은 것이나 다름없다.

홍콩에 진출해 있는 19개 금융기관,3천개 회사들의 앞날도 문제다.사실 그동안 홍콩은 대만기업엔 꿀단지같은 존재였다.대만은 96년 홍콩에1백59억3천만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수입은 43억1천만달러에 머물렀다.

무려 1백억달러 이상의 출초(出超)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달라졌다.올해초 홍콩내 대만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5%가 반환뒤엔 중국의 정치적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고 답해 장래에 대한 불안을 드러냈다.벌써부터 홍콩내 대만기업들이 싱가포르로 옮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구업체인 우미(優美)가구와 선물업체인 상위(上威)선물공사등 홍콩에서 알아주는 대만 거상들이 속속 싱가포르로 떠났다.몰수될 것에 대비해 홍콩내 국민당 자산도 이미 싱가포르로 옮겨진 상태다.홍콩내 대만기업들의 80%가 등록지를 옮겼다는게 비공식 통계다.가장 껄끄러운 문제는 대만 수교국가들의 홍콩영사관 운명이다.중국은 이미“대만 수교국가들의 홍콩영사관은 폐쇄할 것”임을 밝혀둔 상태다.이에따라 지난 4년간 온두라스.잠비아.니카라과.기니비사우.코스타리카.도미니카공화국등 6개국 홍콩영사관이 문을 닫았다.

현재 남은 파나마등 8개국의 홍콩영사관이 어떤 운명을 맞을지 대만으로선 여간 신경쓰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화불단행(禍不單行)인가.가뜩이나 국제무대에서 중국에 밀려온 대만으로서는 홍콩 반환으로 결정타를 맞은 셈이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사진설명>

홍콩에 진출해 있는 대만 관방기구인 광화신문문화센터에서 대만인들이

자료를 열람하고 있다.홍콩반환이후 이들 기구들의 진로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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