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경월그린' 소주 4년째 수출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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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두산주류가 지난해 1억2000만 병(360mL 소주병 기준)을 수출해 50.6%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두산의 소주 수출 1위는 올해로 4년째다. 진로는 지난해 1억700만 병을 해외로 팔아 점유율 45.2%였다. 국내 소주시장에서 진로가 51.4%로 두산 11.1%를 압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두산이 해외에서 선전한 것은 두산의 대표적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이 아니라 국내에는 없는 소주 덕이다. 바로 ‘경월그린’이다. 이 소주는 지난해 두산 소주 수출량의 92%에 달한다. 1억1000만 병이 일본으로 수출됐다. 경월그린은 두산이 1993년 11월 강원도 소주 업체인 경월소주를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두산은 인수 직후 ‘경월’이라는 브랜드를 없애고 ‘그린’ 소주를 만들어 판매했다. 95년엔 일본 수출을 시작하면서 브랜드를 ‘경월그린’으로 정했다. 일본에선 ‘鏡月’(경월)이라는 한자명이 ‘호수에 비친 달’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두산주류 수출팀 김광섭 부장은 “일본 주류시장은 맥주가 55%, 소주가 10%, 청주가 8%가량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주시장이 청주시장보다 약간 크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진로와 두산은 일본인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펴왔다. 도수 높은 술을 물에 섞어 마시는 ‘미즈와리(水割り)’ 문화를 가진 일본인은 소주도 보드카처럼 우롱차나 주스에 넣어 마신다. 이를 고려해 일본 수출용은 국내 소주보다 단맛이 덜하다. 소주 용량도 일본 식당에선 양주 크기인 700mL짜리가 주로 팔린다. 일본 소주 업체가 하지 않는, 모델을 동원한 광고를 선보이기도 한 국내 업체들은 고가 전략도 폈다. 경월그린 700mL 한 병은 일본 소비자가격이 850엔(약 1만3000원)이다. 식당에선 1000~1500엔에, 가라오케에선 1만 엔에 팔린다. 진로도 일본의 국민소주로 불리는 ‘이이치코’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웬만한 일본 소주보다 비싼데도 호응이 좋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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