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가는길>1. 다양성의 나라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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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도는 그들이 주로 믿는 힌두교의 많은 신(神)처럼 많은 얼굴을 갖고 있다.하나의 국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다양한 모습이다.방대한 국토에 세계 제2의 인구대국으로 일찌감치 아시아의 한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으며,경제 개방정책을 펴기 시작한 90년대 들어서는 그 경제적 잠재력 때문에도 새롭게 주목받는 나라 인도.그 다양한 모습과 새로운 변화의 조짐들을 현지 취재를 통한 기획시리즈로 살펴본다. 편집자

“요즘 인도는 코브라뱀을 연상케 한다.머리는 21세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꼬리는 아직도 18세기에 머물러 있다.” 인도 뱅갈로르에 진출한 LG소프트웨어개발센터의 래릿 아후자 사장은 모국인 인도를 이렇게 표현한다.수도 뉴델리나 뭄바이등 대도시 거리는 이방인의 눈엔 혼란스러울 정도.자동차와 오토바이,스쿠터,작은 3륜차위에 지붕을 씌워놓은 것같은 릭샤와 인력거,말이나 소가 끄는 수레들이 뒤섞여 지나가고 그 사이로 소들이 어슬렁거린다.

옷차림도 마찬가지다.도시에서도 남자들은 대부분 서양식 옷차림이지만 여성들은 거의 대부분 인도 전통 의상'사리'를 입는다.그뿐인가.석가모니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가는 고대인도의 계급제도'카스트'는 법적 금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도사회의 기본적 구조로 남아있다.

인도는 시대적으로 현대와 고대가 함께 숨쉬고 있을 뿐 아니라 인종.종교.문화적으로 매우 다양한 나라다.

최근 뉴델리에서 발행된 한 인도 일간지에는“1천6백52개 언어,1백90개 종교,26개 주,3천7백42개 계급(카스트),그리고 한 인도 가족”이란 정부 광고가 나온다.수도 뉴델리의 국제공항에는'다양성 속에서의 통일성'이란 구호를 크게 써붙여 놓았다.

산업발전이란 면에서도 인도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나라다.전반적 국민생활이 최빈국수준에 머물고 있는 인도의 소비재 산업은 동남아의 개발도상국에 훨씬 못미치지만 한편으론 일찍이 전투기.인공위성.핵기술을 자체 개발했을만큼 고도의 기술수준을 갖고 있는 나라다.

특히 21세기 정보사회의 핵심인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경우 인도의 기술.인력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정상급이다.컴퓨터망에 대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는 이른바'2000년 문제'를 인도에서는 소프트웨어수입을 대폭 올릴 수있는 호기로 여기고 있을 정도다.

수천년을 이어오는 카스트제도가 상징하듯 인도는 변화가 느리다.인도 정부가 지난 91년부터 적극적인 개방 정책을 펴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변화의 물결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또 얼마만한 시간이 걸릴지 알기 어렵다.독립후 자급자족형 사회주의 노선에서 개방적 시장경제체제로의 변신이 큰 줄기를 이루고는 있지만 민족주의적.사회주의적 전통은 쉽사리 탈색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대도시 거리에 늘어난 외제 자동차들처럼 가시적 변화도 있다.특히 대우자동차가 인도 기업과 합작해 지난 95년부터 판매한'시에로'는 성공한 중소사업가들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개방정책이후 인도경제는 동남아를 중심으로한 자본투입과 이른바 인교(印僑)의 회귀로 다소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인도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뉴델리에 있는 네루대학 아시아연구센터 소장인 인드라 무커지 교수는'인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치가의 부패와 인구증가'라고 말한다.

21세기 초반에 중국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문제는 인도의 가장 심각한 고민거리다.인도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인 뭄바이나 수도인 뉴델리에는 아무 빈터에나 천막을 치고 사는 사람들이 즐비하고,늘어나는 인구로 극빈층 문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뉴델리=김형기 기자

<사진설명>

인도 뭄바이(옛 봄베이)의 한 거리 모습.도로에는 각종 자동차.인력거뿐 아니라 말이나 소등도 지나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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