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단순의약품 슈퍼판매 시행해야 - 국민 편의 배려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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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개혁 차원에서 추진하려던 단순의약품(OTC.Over The Counter)의 약국외 판매가 약사들의 반발로 보류된채 의료개혁위원회의 과제로 넘겨졌다.처방이 필요없고 부작용도 없는 의약품은 슈퍼마켓등에서도 판매토록 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약사측은 의약품의 오.남용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편집자

단순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를 추진하겠다던 정부 계획이 약사회가

전국적으로 약국문을 닫고 정부 청사앞에서 대규모 대정부 규탄대회를

갖겠다는 압력에 밀려 의제로 상정되지도 못한채 흐지부지 연기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보건복지부의 의료개혁위원회 연구결과를 보고 8월께

다시 이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이익집단의 엄포에 물러선 정부가

다시 추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며,국민은 이익집단의 압력에 허약한 정부에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

떼지어 큰소리 치는 이익집단은 눈에 보이고,다수의 소리 없는 국민은 눈에

보이지 않는가. 단순의약품을 슈퍼마켓에서 파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일반화된 판매행위다.약사회에서는 의약품 오.남용을 이유의 하나로 내세워

반대한다고 하는데 이는 현재 약국에서 약을 판매하고 있어도 의약품의

오.남용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지금도 약국에 가 드링크류를 살때 약사의 지시에 따라 사는 사람은

없다.소화제.해열제등 단순의약품은 약사의 지시 없이도 요청하면 그냥

판매하고 있다.

지금의 약국판매도 의약품의 오.남용 여지는 충분히 있다.더욱이 지난 2월

시민의모임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부 약국에서는 어린이 감기약을 처방

조제하면서 써서는 안되는 항히스타민제도 사용하고 있어

약화(藥禍)사고마저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조사는 시민의모임이 벌써 여러차례 해 문제제기를 했는데 약사회는

이런 행위조차 시정치 못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의약품과 관련된

정부정책은 철저히 생산.유통업자 위주다.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보다

못하다는 나라에서도 의사의 처방 없이는 전문의약품을 팔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약국에서 의사 처방 없이도 항생제등 전문의약품을

얼마든지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97년1월부터 의약분업을 실시하겠다던 공약을 미루다 부랴부랴

의약분업을 99년~2010년 사이에 실시하도록 하겠다는 안을 내놓고 또다시

다음 정권으로 넘기고 있다.

약국의 약품판매 마진을 보장해 주기 위해 만든 의약품 표준소매가 제도는

주먹구구식의 원가계산에 터무니 없는 소비자 권장가격을 붙여 표준소매가

이하로 판매되고 있다.

이를 알면서도 소비자 피해는 아랑곳 하지 않고 보건복지부는 표준소매가를

유지해주려 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알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가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소비자에게 직접 하지 말도록

하고 있음에도 아랑곳 않고 약품광고를 하게 해 의약품의 오.남용을 조장하는

정책을 보건복지부는 조속히 바꿔야 한다.

슈퍼마켓 판매대에 진열해서 판매할 수 있는 단순의약품을'슈퍼마켓에서

판매할 수 있게하면 전국적으로 약국문을 닫겠다'는등 집단이익에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판매권을 앞세워 국민을 볼모로 협박하는

약사회의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도 단순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는

조속히 실시되어야 한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이나 의.약업계의 현황등으로 볼때 이제는 의약정책의

기준이 의약의 안전성과 소비자의 편의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김재옥 소비자문제시민모임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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