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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년' 이렇게 가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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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지난 1일 서울YWCA의 ‘멋쟁이 할머니’강좌에 참석한 수강생들이 스포츠댄스를 배우고 있다. [오종택 기자]

평균 수명 80세가 눈앞이다. 인생의 4분의 1은 노인으로 살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추례한 ‘늙은이’가 아닌, 우아한 ‘어르신’으로 살 수 있을까.

최근 각 지역 노인복지관을 비롯, 서울YWCA·한국여학사협회 등의 단체에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관리·취미생활 등 노후 준비를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름다운 노년을 가꾸는 방법을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들어본다.

◇자서전으로 삶을 정리=서울 노원노인종합복지관에서 자서전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임은정(28) 사회복지사는 "자서전 쓰기는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정리하고 남은 삶도 의미있게 보내자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인생 경험을 재조명하면서 과거의 후회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돕는 치료적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 위인전 아닌 수필식 정리를

자서전을 쓰기 적당한 시기는 대개 은퇴 후 노년생활을 새로 꾸려나가기 시작하는 환갑 전후가 좋다.

하지만 태어나서부터의 한평생을 '위인전'을 쓰는 식으로 정리해 자서전을 쓰려는 욕심을 내서는 제대로 끝내기 어렵다. 대신 ▶나의 어머니▶잊을 수 없는 친구▶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선생님▶가장 힘들었던 고비 등 10여개의 주제를 정하고 이에 맞춰 수필 형식으로 쓰면 자연스럽게 인생을 정리할 수 있다.

완성 후 복사.제본한 뒤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눠주면, 자신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자녀 간 불화 막는 유서=유서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은 자신의 죽음을 전후해 자녀들 사이에 갈등이 생길 여지를 없애주는 장치가 된다.

유서에 들어가야 할 내용은 ▶노후에 치매 등의 중병에 걸렸을 때 간병장소와 비용조달 방법▶매장.화장 등 장례 절차▶제사나 추도식 방법▶재산 분배 원칙 등이며, 여기에다 가족 각자에게 남기는 편지글을 추가해도 좋다.

*** 유서 써두면 자녀 불화 줄어

지난 4월 서울YWCA의 '멋쟁이 할머니'강좌에서 '유서쓰는 아침'에 대한 강의를 맡았던 한정신(62.소설가)씨는 "유서를 저녁 때 쓰면 공연히 우울하고 슬픈 감정에 빠질 우려가 큰 만큼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재미있게 써보라"고 제안했다. 한씨는 또 "유서를 작성한 뒤 가족들에게 이를 보여주고 보관 위치를 밝히라"고 권했다.

유서가 법적 효력이 있으려면 반드시 자필로 쓴 뒤 주소와 이름을 적고 도장을 찍어야 한다. 대필 유서나 컴퓨터.타자기 등으로 작성한 유서는 법률사무소 등에서 공증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문인' 10.11월호에 가상유언장을 게재해 화제가 됐던 소설가 한말숙(73)씨는 2남2녀 자녀들에게 전하는 유언장에 ▶수의는 엄마가 준비해둔 것을 입히되, 만일 미처 엄마가 준비를 못했으면 연옥색 나이트가운을 써라▶장례식장 영정 앞에는 헌화한 꽃만 놓아라▶부의금은 절대 사절해라▶화장해서 재를 정원의 주목 밑에 뿌려라▶성묘는 일년에 한번 추석 무렵에 해라▶너희 아빠 재혼은 안 된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존경받는 대화법=흔히 노인이 되면 잔소리가 많아지고, 작은 일에 서러워하며, 칭찬에 인색하다는 등의 부정적인 지적을 받곤 한다.

*** 부정적인 말.간섭 삼가를

한국씨니어연합 신용자(70)대표는 "노인들이 젊은 사람들과의 갈등을 없애려면 지나친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들 스스로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신대표는 "자신이 소중하고, 자신의 일이 가치있다고 느낀다면 왜 자신과 별 상관없는 일에 끼어들어 잔소리를 하고 불평을 늘어놓겠느냐"고 반문했다.

소설가 한정신씨는 "칭찬을 받으면 '그렇게 인정해주니 힘이 되는군요'라며 감사의 뜻을 표현하고,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때는 단호하고 분명하게 '불쾌하다'는 자신의 의사를 전하라"고 조언했다. 흔히 노인들 중에는 칭찬을 받으면 "뭘요, 안 그래요"라며 지나치게 자신을 깎아내려 칭찬하는 사람까지 무안하게 만드는가 하면 또 상대방에게 만만하게 보여 무시당하는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씨는 또 "'남들이 그러더라'는 식이나 '말세야''요즘 젊은 것들은'등의 부정적인 말을 삼가며, 자신의 말을 상대방이 지루해하는 것 같으면 얼른 입을 다물어야 존경받는 노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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