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호철씨 '문단골 사람들' 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자,어서 입고 가라구.개털이라 모양새는 좀 뭣하지만.그야 뭐,어띠어.몸 뜨스허면 그만이지.이건 내가 호철이에게 아조 줄테닝기,염려말고 입고 가.” 1955년 겨울날치고도 몹시 추운 밤 문단에 갓 나온 작가 이호철씨가 대선배 서정주시인의 집으로 인사차 들렀을 때의 이야기.외투를 장만하지 못한 맨 양복이 하도 안쓰러워 자신의 외투를 선뜻 내주던 전후(戰後) 살벌하게 가난했던 시절 문단인정의 한 대목이다.

선후배에 대한 지면과 돌보는 오지랖이 넓어'문단의 마당발'로 통하는 작가 이호철(사진)씨가'문단골 사람들'(프리미엄북스)을 최근 펴냈다.6.25가 발발하자 원산고 3학년생으로 인민군에 동원돼 따발총 메고 남진하다 포로로 잡혀 풀려나 그해 12월 단신으로 월남한 이씨.부산에서 부두노동을 하면서도 작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던 신산했던 시절과 50년대 문단 사람들의 뒷이야기가 꾸밈없이 구수한 문체에 담겼다.

피난 시절 문인들이 모두 부산으로 내려와 밀다원이란 다방에서 모이던 소위'밀다원 문단'을 부럽게만 바라보던 문학청년시절,원로작가 황순원씨로부터 작품이 괜찮다고 칭찬받았을 때의 벅찬 감격,막걸리 값을 많이 주면 일부는 돌려주면서“경제를 생각하라”고 일갈하던 고(故)천상병시인과의 교우등 문인들의 진솔한,인정 넘치는 일화들이 50년대 문단 이면사로서 손색없이 들어 있다.

이씨는 앞으로 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각각의 연대를 한권씩의 분량으로 써'이호철의 문단사'를 완성하겠다고 한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