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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설 특집] 휴게소는 쉼터다, 아니 놀이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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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빠도 잠깐 쉬어 가자, 달리며 지나치기엔 아까운 풍경이다. 강원도 옥계 휴게소의 일출. [조용철 기자]

이제 고속도로 휴게소는 말 그대로 쉬어갈 만한 곳이다. 갤러리 같은 분위기의 화장실에다 샤워장과 유아용 편의시설에 농구장까지 있다. 요즘 잘나가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한마디로 종합레저 공간에 버금간다. 전국 150개 고속도로 휴게소(2008년 12월 현재)에서 판매하는 물건은 평균 4500개가 넘는다. 메뉴나 서비스가 천편일률적이지도 않다. 30㎞마다 하나꼴로 휴게소가 있다 보니 경쟁이 붙으면서 휴게소마다 제 나름의 특색을 지니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이젠 휴게소도 골라 찾아가는 시대가 됐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별미와 갖가지 편의시설들을 알아봤다. 

글=손민호·박지영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먹고 가려면 휴게소 메뉴는 여전히 우동·라면이 압도적이다. 이 두 메뉴가 비빔밥·오징어·국밥·김밥·백반·호두과자를 합친 매출보다도 많다(한국도로공사 2008년 자료). 하지만 이 메뉴를 제외한 다른 메뉴들은 휴게소마다 각양각색이다. 지역 특산물을 가공해 새 메뉴를 개발하는 게 붐일 정도다. 함양휴게소(통영∼대진 고속도로 양방향)는 직접 빚은 청국장을 끓여서 내놓는다. 황간휴게소(경부고속도로 상행)는 김치·깍두기를 직접 담근다.

휴게소 별미로 꼽히는 곳들도 있다. 남해고속도로 진영휴게소(순천 방향)의 진영단감 왕갈비찜은 소문난 별미 중 하나다. 소스에 물엿 대신 단감을 넣은 갈비찜이다. 이 메뉴가 별난 건 시한부 메뉴여서다. 매년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가을에 장만한 단감이 떨어질 때까지만 판매한다. 날마다 끓이는 양도 많지 않아 늦게 가면 못 먹을 수도 있다. 6000원.

휴게소 메뉴 중 가장 럭셔리한 건 한우 스테이크다. 횡성휴게소(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가 횡성한우스테이크(1만4000원)를 판매한다.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다. 지역 별미 중에선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양방향)의 도리뱅뱅이 정식이 유명하다. 금강에서 잡은 피라미를 프라이팬에 늘어놓고 양념장을 얹어 튀긴 지역 별미다. 비릿하지 않고 고소하다. 1만원.

쉬다 가려면 고속도로 휴게소가 시행 중인 서비스는 상상보다 조금 더 안락하다. 전국 휴게소 대부분이 수유실·놀이방 등 유아를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여성용 화장실이 남성용 화장실보다 1.2배 많다.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이 가능한 휴게소도 여럿이다. 대천휴게소(서해안고속도로 상행)는 서해안 일몰을 볼 수 있는 산책로를 조성했고, 추풍령휴게소(경부고속도로 하행)처럼 자체 동물농장을 운영하는 휴게소도 곳곳에 있다.

잠깐 잠을 청하거나 샤워를 할 수도 있다. 이럴 땐 요령이 있다. 화물차 휴게소를 찾아가면 된다. 현재 화물차 휴게소는 모두 13곳. 하나같이 장거리 운전자를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수면실·목욕탕을 갖춘 휴게텔 요금은 한 시간에 보통 2000원. 경부고속도로의 칠곡(양방향)·언양(양방향)·경산(상행)휴게소는 무료 샤워장을 운영한다. 화물차 운전자는 노선마다 단골 휴게소를 두고 있어 음식 맛도 괜찮다. 분식보다 찌개·탕 등 속이 든든한 음식에서 강세다. 이용객을 위한 건강검진 서비스도 일반 휴게소보다 낫다.

휴게소 이색 시설이라면 천안휴게소(경부고속도로 하행)의 약수가 있다. 지하 207m의 천연 암반수가 나온다. 세종대왕이 피부병을 치유했다는 물이다. 옥산휴게소(경부고속도로 하행)처럼 이발소가 있는 곳도 3곳이고, 여주휴게소(영동고속도로 하행) 등 10여 곳은 약국을 운영한다. 약국이 없어도 구급약은 휴게소 안내소에서 구할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www.ex.co.kr)에서 전국 고속도로 주유소 요금을 확인할 수 있다. 기름값은 대체로 비슷하다(19일 현재 휘발유 L당 1380원 내외). 각자 소지한 할인카드에 따라 주유소를 점찍어 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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