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속보인 만두회사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이철재 사회부 기자

'쓰레기 단무지'로 만든 만두가 시중에 유통됐다는 사실이 지난 6일 보도된 뒤 전체 만두업체들이 휘청대고 있다.

정상적으로 만두를 제조해온 삼포식품의 한 관계자는 7일 "엉터리 업체 때문에 오늘만도수십통의 문의.항의 전화에 시달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보도가 나간 뒤 백화점.할인점.수퍼마켓의 식품 매장에선 전체 만두의 매출이 평소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고향만두'를 생산하는 해태제과는 일부 보도에서 적발된 업체들 중 한 곳이 'H식품'으로 소개돼 오해를 샀다. 판촉사원들에게 매장에서 직접 무관하다는 점을 설명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비상이 걸렸다. 모닝웰.대상.풀무원 등 이번 사건과 무관한 업체들은 "죄 없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을 쏟아냈다.

만두를 즐기던 소비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계속 먹어야 할지, 어떤 제품이 안전한지 등 만두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신세가 돼버렸다.

한 네티즌은 적발된 업체의 홈페이지에 "젖을 막 뗀 아들에게 만두를 줬더니 잘 먹어 열심히 먹여왔는데…. 애에게 죄를 지은 기분"이라며 흥분했다. 그런데도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소비자나 애꿎은 피해를 본 업체에 사과하기보다는 오리발 내밀기에 바빴다.

한 만두회사는 7일 홈페이지에 "문제가 된 단무지 업체로부터 2002년 2월부터 5월까지 납품을 받았다. 그러나 품질이 좋지 않아 거래를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만두를 애용한 소비자의 분노와 우려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정작 반성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다른 만두회사는 "몇 년 전에 이미 거래가 끊어졌고, 해당 단무지로 만든 만두는 전량 수출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수사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까지 불량 단무지를 납품받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업체의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에 들어갈 조짐이다. 변명과 발뺌은 소비자의 불신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이철재 사회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