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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금괴거래 뒤늦은 심판 - 스위스등 반환 미적미적 비난 쏟아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2차대전중 나치독일이 유대인들로부터 약탈한 금괴를 거래,막대한 수입을 올린 스위스등 관련 유럽국들이 요즘 쏟아지는 국제비난에 곤경에 처해있다.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비참하게 죽어간 유대인들의 금이빨까지 녹여 만든 금괴를 처분,독일의 전비(戰費)를 마련해줘 결과적으로 2차대전의 종전을 지연시킨데다 최근까지도 이같은 사실을 은폐해왔기 때문이다.

나치독일이 유대인으로부터 약탈한 금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사고있는 국가는 스위스.스웨덴.포르투갈.스페인.터키.아르헨티나등이다.이들중 국제사회로부터 가장 집중적 공격을 받고있는 나라는 스위스다.

미국정부 보고서에 의하면 스위스는 1939년 1월부터 1944년 6월사이 4억달러(현시가 39억달러)상당의 금괴를 나치 독일로부터 매입했으나 전후 이중에서 5천8백10만달러(현시가 5억8천9백만달러)상당의 금괴가 유대인들로부터 약탈한 재산임이 밝혀졌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같은 사실을 아예 부인해오던 스위스는 볼커위원회(나치 금문제 추적을 위한 국제저명인사 그룹)등 국제유대인 단체의 끈질긴 추적으로 증거가 드러나자 최근 프라비오 코티 스위스 외무장관의 성명을 통해“나치의 위협을 받고 있었던 스위스로서는 협력하는 길 이외에는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제여론은 스위스의 이러한 변명성 시인에 대해 매우 가혹하다.스위스가 나치의 금괴 외에도 스위스은행에 예치돼 있던 유대인들의 예금 수십억달러를 착복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문제를 추적해오던 볼커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증거를 잡고 다음 주부터 스위스의 5개 주요 은행에 대한 회계감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국제사회에서 나치 금문제를 이같이 파헤치고 나서자 스위스외에 관련 유럽국들이 서둘러 역사적 진실을 밝힌다는 명분으로 죄를 고백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국가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2차대전중 연합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독일로부터 금괴를 받는 조건으로 자발적으로 군수자재를 거래했던 전력이 있어 국제여론이 어떻게 돌아갈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스웨덴은 이와 같은 거래를 통해 한때 독일의 군수산업이 필요로 하는 구리소요량의 40%까지를 공급해주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었다.

나치 금문제가 유럽의 현안으로 등장하자 최근 들어선 당시 스웨덴 제국은행과 일부 정부인사들이 독일측에 군수물자를 수출하고 신속한 결제만 요구했을뿐 이 금이 학살된 유대인의 것이든,피점령국에서 약탈한 것이든 상관하지 않았다는 폭로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들은 스웨덴 제국은행이 2차대전중 보유했던 전체 금 34중 20은 약탈품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전쟁 직후 스웨덴은 약탈 금괴 20중 벨기에에 7.155㎏을 반환한데 이어 55년 다시 네덜란드에 5백개의 금괴를 반환했다.

그러나 아직 7은 스웨덴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은 2차대전중 나치와의 거래와 현재 스웨덴에 보관돼 있을 유대인재산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놓고 있다.

포르투갈은 텅스텐 판매대금으로 스위스은행을 통해 나치로부터 1백개의 금괴(약 44 분량)를 받았으나 59년 겨우 4만 반환했다.

또 스페인.터키.아르헨티나등도 나치 금을 상당량 매입했다는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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