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을 살리자] 대구 다이옥산 불안 확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낙동강 매곡정수장의 수돗물에서 기준을 초과한 1,4-다이옥산이 검출됐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반드시 수돗물을 끓여 드시기 바랍니다.”

20일 오전 10시20분 김범일 대구시장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시장은 “다이옥산 수치를 낮추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취수를 중단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일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매곡정수장에서 직원들이 낙동강 원수의 1,4-다이옥산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물을 뜨고 있다. 매곡정수장은 일주일에 한 차례 정수된 물의 다이옥산 농도를 측정했지만 낙동강 원수의 농도가 관리기준을 초과한 12일부터 하루 세 차례로 검사 횟수를 늘렸다. 대구시는 다이옥산의 농도가 계속 기준치를 넘으면 제한 급수를 할 예정이다. [대구=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 지역에서 소비되는 수돗물(먹는 물)의 80%인 하루 63만t을 공급하는 매곡정수장의 다이옥산 농도가 허용 기준을 초과해 비상이 걸렸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매곡정수장에서 생산한 수돗물의 다이옥산 농도가 54㎍/L으로 나타났다. 낮 12시에는 55.9㎍/L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먹는 물 권고치 50㎍/L을 넘어선 수치다. 16일 낮 12시 41.9㎍/L에서 농도가 훌쩍 올라간 것이다. 매곡취수장의 낙동강 원수(源水)도 17일 63.8㎍/L에서 이날 77.1㎍/L으로 올라갔다. 1,4-다이옥산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한 발암의심 물질이다.

<본지 1월 19일 12면>

경북대 민경석(환경공학) 교수는 “다이옥산 수치가 높아지는 것은 낙동강의 수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기업에서 다이옥산을 아예 배출하지 않도록 하거나 낙동강의 수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해결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수자원공사는 댐 저류량 부족을 이유로 15일 하루 50만t을 추가 방류한 이후 안동댐의 방류량을 늘리지 않고 있다. 안동댐의 저수율은 지난해 53%에서 올해 31%로 떨어졌다. 다이옥산을 배출하는 구미 지역 9개 섬유업체의 폐수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폐수처리업체가 위탁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배출량의 20% 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행법에 다이옥산 배출 허용기준이 없어 공장 가동중단 등의 행정조치를 내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수돗물의 다이옥산 농도가 65㎍/L을 넘어서면 낙동강 물의 취수를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낙동강 물을 수원으로 사용하지 않는 운문·가창·공산댐의 수돗물(1일 43만t)로 시간제나 격일제 급수를 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수돗물 생산 중단에 대비해 17일 낙동강 수계의 수돗물 생산량을 63만t에서 43만t으로 줄였다.

수돗물의 농도가 기준치 이상으로 올라가자 시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주부 정미경(42·수성구 범물동)씨는 “수돗물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독물질이 들어있다고 하니 먹기에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을 끓이면 안전하다고 말한다. 민경석 교수는 “100도가 넘으면 물 속에 녹아 있는 다이옥산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 농도가 낮아진다”고 설명한다. 5분간 끓이면 다이옥산의 60%가, 10분간 끓이면 90% 이상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WHO의 먹는 물 권고치는 물을 마시는 사람의 안전을 최대한 고려해 설정한 것이어서 끓여 먹으면 건강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홍권삼 기자 ,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1,4-다이옥산=독성이 강하고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이 30년 동안 1,4-다이옥산의 농도가 50㎍/L인 물을 하루 2L씩 섭취했을 경우 10만 명당 1명의 발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역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소각장에서 플라스틱을 태울 때 발생하는 반면 1,4-다이옥산은 산업용 용매나 안정제로 쓰기 위해 폴리에스테르에 고온의 열을 가해 만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