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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건설교통부의 'TGV 억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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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실 고속철도를 건설하다보니 아예 철(鐵)심장까지 생겼는가.건설교통부는 전혀 잘못을 수긍하는 자세가 아니다.둘 곳도 마땅치 않은데 레일을 놓기도 전에 차량을 들여온다는 비판에 건교부는“둘 데는 많다”“차량 하자보증기간은 건설공기 지연과 관계없이 확보된다”고 강변하고 있다.둘다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이다.

우선 우리나라에는 현재 TGV차량기지가 없다.수색역 부근 강매기지는 주민반발로 착공도 못했고,중앙선 국수기지를 이용하는 방안도 협의가 안되고 있다.보관장소에 대해 말썽이 일자 건교부는 “오송기지에 선로가 22개나 있어 12개 열차(2백40량)를 전량 보관할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그러나 오송기지는 차량기지가 아닌 궤도기지다.즉 궤도를 만드는 공장으로'레일을 들여와 침목을 붙이는등 가공해 철로부설현장까지 이송하는 공사현장'인 것이다.이곳에 차량정비를 위한 사람과 장비,더 나아가 첨단차량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기기(器機)가 있을리 없다.공단은 단지 TGV 시제차량 2개 열차를 시험선 구간에서 시운전하다 잠시 피하는 장소로만 설계했을 뿐이다.

건교부 주장대로 이 기지에 12개 열차 모두를 유치(留置)할 공간은 있다.그러나 공간이 문제인가.첨단열차장비의 성능을 손상시키지 않으며 유지.보관할 수 있는 설비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공단은 아직도 얼마나 돈을 더 들여'필요한 시설'을 추가할지 따져보지도 않은 상태다.공단에는 또“98년 4월 2호열차가 정말로 오송기지에 들어올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실무자까지 있다.

하자보증 문제는 더 억지다.건교부 주장대로'하자보증기간=인도후 2년(A) 또는 서울~대전간 상업운행 개시후 1년(B)중 늦은 기간'이다.그러나 B에는 단서조항이 있다.“공단 귀책사유로 상업운행이 늦어지면 공단은 업무범위변경 통고를 해야 하고,그 경우 GEC-알스톰은 추가비용을 청구한다”는 내용이다.

공기지연이 없으면 당연히 A에 따라 2년간 무료보증을 받는다.만약 상업운행이 6개월 늦어지면 무료보증 운행기간은 1년반으로 준다.보관하는 동안 6개월을 까먹기 때문이다.만약 공기가 1년이상 지연되면 A가 아닌 B가 적용된다.그 경우 공단은 돈을 더 내야 하지만 무료보증 운행기간은 1년밖에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로선 공기지연은 필연이다.언제쯤 건교부가 이같은 계약상의 복선(伏線)을 제대로 이해할지 궁금하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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