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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환경씨가 미리 들려준 대하사극 '용의 눈물' 스토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대하 사극 사상 이례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KBS1'용의 눈물'(극본 이환경.연출 김재형)이 이제 절반을 넘어 후반부로 넘어서고 있다.

당초 예정된 1백4회중 50여회가 방송되는 사이'용의 눈물'은 국회속기록에 언급되거나 시사만화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등 세간에 자주 회자돼왔다.거기에는 김현철 파문과 대선주자 9룡들의 대혈전등 예측할 수 없는 현정국과도 절묘하게 맞물린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이 강하다.

극 자체로도'정도전(김흥기 분)과 이방원(유동근 분)''왕권이냐,신권이냐','아버지와 아들(이성계와 이방원)','공신과 왕족'에서 나아가'대통령제냐 내각제냐'등의 철저한 2분법적 대결구도가 흥미를 돋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대의 하이라이트인 1차 왕자의 난 이후 정도전이라는 극적 갈등 요소가 퇴장하면서 극의 긴장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대해 제작진은“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작가 이환경(47)씨는 설득력 있는 근거들을 제시한다.

우선 정도전 이후에도 갈등의 큰 불씨들이 곳곳에 잠복해 있다는 것.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식으로 시시각각 긴장과 흥미를 불러일으킬 뇌관들이 고구마 넝쿨처럼 파묻혀 있다는 얘기다.

작가에게 미리 들어본'용의 눈물'후반부는 이렇다.1차 왕자의 난 이후 사실상 실권을 장악한 이방원이 수성(守成)과정에서 펼치는 피의 대숙청이 앞으로의 큰 줄기.정적을 제거해 나가는 방식을 보면 시청자들은 현대사를 얼룩지게한 중앙정보부식의 밀실.정보정치도 연상할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우선 이방원은'쿠데타'성공후 조영무.이거이등 공신들로부터 군권을 빼앗으며 위험요소를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이방원식 토사구팽(兎死狗烹)이 착착 진행되는 것이다.

스스로 왕이 되려는 형 방간(김주영 분)이 일으킨 2차 왕자의 난을 진압한 후 이방원이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도'피보다 진한' 비정한 정치세계가 극명하게 그려진다.

아들 방원의 전횡에 반발한 태조와 강비(김영란 분)의 조카(조사의)가 함흥에서 일으킨 난도 비중있게 다뤄진다.'함흥차사'란 말의 유래가 된 이 난을 통해 조선판'아버지와 아들'의 극한 갈등이 그려진다.

영웅호색이라는 말처럼 옥좌에 오르면서 줄줄이 후궁을 들이는 태종과 민비(최명길 분)의 갈등도 만만찮은 긴장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 이씨는“태종은 적과 동지를 구분하기 위해 수시로'깜짝쇼(몇차례 옥새이양 소동등)'를 연출하면서 여론을 떠보는 정치9단의 면모가 강하다”고 소개한다.

이방원이 펼치는 고도의 정치력과 피의 토사구팽등이 이어질'용의 눈물'은 전반부 못지않은 흥미와 긴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장세정 기자

<사진설명>

태종으로 등극하는 이방원의 여성편력은 부인을 12명이나 거느리고 슬하에 12남17녀를 둔데서도 드러난다.'용의 눈물'후반부에서 부인 민씨와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는 것도 바로 여자 문제 때문.강한 이방원과 여걸의 풍모를 지닌 민씨의 모습에서 내재된 갈등이 엿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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