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 연설, 짧고 강한 주제 담을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미 의회 역사연구회의 도널드 캐넌 박사는 “역대 미 대통령 취임 연설은 미국 정치에 대한 대통령의 이상과 철학을 공개한 뒤 당시 중요 현안에 적용하는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또 “역사적인 명연설들은 모두 위기의 시대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연설문 책임자로 일했고, 책 『역사 속의 위대한 연설들』의 저자인 윌리엄 사파이어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두 차례 연설과 프랭클린 D 루스벨트(첫 번째), 존 F 케네디의 연설을 역대 최고의 대통령 취임 연설로 꼽았다. 여기에 토머스 제퍼슨(첫 번째)과 우드로 윌슨(두 번째)의 연설을 추가하는 의견도 많다.

명연설들은 모두 길지 않았고, 단일 주제를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북전쟁의 전세가 북부의 승리로 완전히 기울어졌던 1865년 3월 링컨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취임 연설에서 “그 누구에게도 적의를 품지 말고 모든 이에게 자비심을 갖자. 이 나라의 상처를 싸매는 데 온 힘을 다하자”고 호소했다. 두 개로 갈라진 미국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화해’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루스벨트는 사상 초유의 대공황이 절정에 달했던 1933년 3월 취임했다. 그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 위대한 국민은 지금까지 잘 견뎌왔던 것처럼 위기를 잘 견뎌낼 것이고, 결국 다시 번영할 것”이라는 말로 좌절과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경제 부흥의 희망과 의욕을 고취시켰다.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서 냉전 구도 속에서 핵전쟁의 공포가 확산되던 61년 1월 취임한 케네디는 “나는 최대 위기의 순간에 자유를 수호하는 책임을 떠맡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환영한다.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라”는 말로 40대 젊은 대통령의 용기와 이상을 이야기했다. 12분 동안 진행된 이 연설은 이후 시간·내용 면에서 대통령 연설의 표본으로 여겨지고 있다.

오바마 역시 세 명의 연설에서 영감을 얻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그에게 ‘국민 통합’이 필수적인 현 미국 상황은 링컨 때와 닮았다. 취임사 주제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따온 ‘자유의 새로운 탄생’이다. 경제위기 상황은 루스벨트 때와 흡사하다. 40대 대통령의 패기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상황은 케네디 때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오바마는 연설에서 통합과 희망, 전진의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