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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진 시시각각

MB 정권 홍보는 식은 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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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명박(MB) 정권이 홍보전에서 허덕이고 있다. 민주당이 ‘MB악법’을 치고 나오자 한나라당은 ‘MB약법(藥法)’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는 별로 현명하지 못한 아이디어다. 약법이란 말 자체가 세상에 없고 악법과 약법은 발음이 한통속이다. 악법이냐, 약법이냐를 다투면 발음상 악법이 약법을 흡수하게 된다. 광고회사 초년병도 알 만한 일인데 산전수전 다 겪은 집권당 지도부가 ‘작품’이라며 좋아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는 또다시 이념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권 반대 진보세력이 전쟁을 시작했으며, 무기는 촛불과 점거, 그리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촛불은 꺼지고 점거는 풀린다. 하지만 말은 영원히 날아다니며 상대를 찌른다. 촛불과 농성은 경찰로 막을 수 있지만 말은 물대포로도 진압할 수 없다. 말은 말로만 싸워낼 수 있다.

 야당은 전쟁의 비방(秘方)을 알고 일찌감치 로켓포를 쏘아댔다. 정권은 ‘민간 독재’, 쟁점법안은 ‘MB악법’으로 몰아붙였다. 대기업이 은행 지분을 갖는 법안은 ‘재벌은행법’, 신문·대기업이 방송에 진출하는 법안은 ‘재벌방송법’이라 했다. 재벌을 갖다 붙여 ‘가진 자와 없는 자’ ‘2 대 8’ 구도로 몰아가는 것이다. 집시법 개정안에서 마스크 금지가 빠졌는데도 야당은 ‘마스크 처벌법’이라 한다. 범죄 수사를 위해 도청이 필요한 사정은 깔아뭉개고 ‘휴대폰 도청법’이라고 낙인찍어 버린다. 전형적인 포퓰리즘(populism·대중영합주의) 단순화 수법이다.

이명박 정권의 경제·사회 개혁법안과 미디어법은 공동체 발전을 위해 이유와 명분이 있는 것이다. 물론 보는 눈과 이해관계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논란은 토론을 거쳐 고쳐 나가면 되는 것이지, 법안 자체가 ‘악법’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야당은 다원적이고 입체적인 사안을 단세포로 만들어 유권자의 가슴에 쾅쾅 이념의 도장을 찍어대고 있다. 문제는 많은 순진한 유권자가 흑백을 가리지 못하고 이런 공세에 넘어간다는 것이다.

홍보는 역사를 이끌어 왔다. 박정희 대통령은 ‘수출입국’과 ‘조국 근대화의 역군’으로 공장의 어린 근로자들을 다독거렸다. 1976년 8월 북한군이 판문점에서 도끼로 미군 장교들을 죽였다. 박 대통령은 “미친 개에는 몽둥이가 필요하다”며 한·미 군사작전을 벌였다. ‘미친 개’는 침묵했다. 진실이건 아니건 홍보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면 역사를 만든다. 87년 김영삼(YS) 후보가 ‘군정 종식’을 외치자 노태우 후보는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라는 말로 비켜갔다. 말 한마디로 군부 집권자는 보통사람으로 바뀌었고, 결국 ‘보통사람’이 대통령이 됐다.

YS가 청와대에서 칼국수 개혁을 몰아칠 때 김대중(DJ)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재기의 칼을 갈았다. 93년 12월 DJ는 슬그머니 재기의 구호를 내놓았다.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라는 책이었다. 정치인 노무현의 자서전 제목은 ‘여보 나 좀 도와줘’였다. 소탈한 문장이 대중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MB의 책 제목도 효과적이었다. ‘신화는 없다’로 노력을 강조했고,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로 미래를 손에 쥐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최장수 정당 대변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 말이라면 그를 따를 자가 별로 없었다. 91년 DJ 정당은 수차례 대규모 대중집회를 열었는데, 박 대변인의 논평으로 손해를 많이 보았다. 보라매 공원 집회는 “보람이 없었으며”, 여의도 집회는 “여의치 않았고”, 부산 집회는 “부산만 떤”게 돼버렸다. 진실의 양과 질이 어떠하든 정치판에서 홍보는 이토록 중요한 것이다. 그런 박 대표의 한나라당이 겨우 ‘약법’이라는 엉성한 수(手)로 헤매고 있다. 웰빙(well-being)정당이라더니 치열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가투(街鬪) 세력은 활어회 같은 홍보로 팔팔 뛰는데 MB의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영락없는 식은 피자다.

김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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