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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앞날은 걸림돌 투성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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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호 30면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경제위기를 극복해 줄 것이라는 기대와 소망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당선인으로서 인기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가장 높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그가 당선된 후 S&P500지수가 10% 정도 뛰었다. 미 재무부 채권 수익률도 높아졌다. 글로벌 자금이 더 이상 안전한 곳을 찾아 미 재무부 채권에 몰려들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오바마 효과’로 불리는 이런 시장의 반응 이면에는 오바마 경제팀에 대한 신뢰도 자리 잡고 있다. 그는 경험이 풍부한 티머시 가이트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로런스 서머스(경제학) 하버드대 교수를 재무장관과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각각 지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인기는 물거품과 같다. 노동조합 등 지지 세력의 이탈이나 파워서클 내부의 스캔들과 권력다툼, 대외정책 실패 등이 발생하면 한순간에 무너진다.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상무장관에 지명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지사가 후원자가 경영하는 회사에 특혜를 줬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현재까지 오바마는 경제 현안 외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모든 에너지를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기 위해 의회를 설득하고 있다. 그는 실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가계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점을 들며 “의회가 빨리 행동하지 않으면 한 세대가 잠재력도 발휘해 보지 못한 채 생존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그는 “기업의 이사회에서 워싱턴의 권력 중심지까지 책임지지 않는 분위기에 빠진 바람에 위기가 발생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인기에 영합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재무부의 힘을 동원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나 일반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보수와 주주 배당금을 제한할 방침을 밝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월스트리트에 대해서는 아수라장으로 변한 금융시장을 자신이 취임하기 전까지 정리하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여기에도 복병이 똬리를 틀고 있다. 금융계 기득권층과 의회가 금융 법규를 개혁하려는 그의 노력을 방해할 수도 있다. 갖은 논리와 명분을 동원해 금융감독 시스템 개혁 등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의회는 오바마가 2차 또는 3차 경기부양책을 요구하면 재정적자 등을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 투자자들도 훼방꾼이 될 수 있다. 오바마가 추진하고 있는 파격적인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미 재무부 채권을 해외에 팔아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1조2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렇게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해외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며 미 국채를 사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듯 오바마의 앞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는 ‘몇몇 사람을 오랜 기간 만족시킬 수 있고 많은 사람을 짧은 기간 기쁘게 해 줄 수는 있지만, 많은 사람의 입맛을 오랜 기간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을 패러디한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많은 미국인에게 변화를 약속했다. 그가 취임 이후 약속한 변화가 무엇인지를 보여 주지 못하면 시장의 반응은 싸늘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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