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通商압력 자초하는 소비문화 왜곡 바로잡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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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의 과소비 억제 움직임과 관련,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압력 행사에 나서자 정부는 수입품 배격운동에 대한 자제를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과 EU등 국가의 우리 수입억제 정책에 대한 간섭은 지나친 감이 있다.

더욱이 미국은 지난 유학박람회 행사에서 여실히 보여주었듯 한편으론 자국에서의 우리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이에 대해 우리는 미국의 지나친 내정간섭과 무차별적 상업주의를 꼬집을 수 있다.그러나 이렇게 미국을 움직이도록 만든 데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야기된 문제가 많이 있다.

첫째,우리는 선진국 제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고질적 문제가 있다.이 때문에 선진국 제품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이를 목도하면서 과소비억제 운동을 펼치는 황금시장 한국을 방관할 국가가 과연 지구상에 존재할 것인가. 둘째,무슨 조치든 너무 공개적으로 행하는 관계당국도 문제다.이는 바로 전시행정의 폐해다.

경상수지 적자가 심각하니 무엇인가 하기는 해야겠고 이를 은밀히 해서는 전혀 생색을 낼 수 없다.그러다보니 미국정부에까지 그대로 알려지고 관련업계의 로비에 철저하게 약한 미국정부는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리 언론의 상업주의도 한몫 한다.

셋째는 사치성 소비를 죄악시하는 우리의 사회적 통념을 들어야겠다.우리는 비리로 한몫 잡은 부류들이 사치성 소비재의 주요 고객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선입관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사치성 소비를 규제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발전하는데 이것이 외국사람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치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때 경제논리가 아닌 사회적 통념에 기인해 수입을 억제하는 것이 좌시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가. 첫째,외국 상품과 비교한 우리 상품의 우수성 홍보 노력이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둘째,과소비 억제운동에 관계당국이 관여한다는 인상을 주지말고 가급적 무역협회등 민간단체가 자발적으로 추진한다는 인상을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이 경우에도 외제 뿐만 아니라 국산 사치품까지 대상에 포함시켜 이러한 조치가 형평의 원칙아래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셋째,가진 자가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획득한 자로 평가받는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돼야 한다.사치성 소비재를 향유하는 자는 곧 불로소득자라는 우리의 기존 관념이 시정되지 않는한 경제논리보다 사회적 논리가 앞설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조치는 통상마찰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다.

결국 미국등 선진국을 내정간섭이라며 비난할 시간에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통상마찰을 줄일 수 있는 슬기로운 방안이 될 수 있다. 신구식 무역협회 국제통상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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