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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경제학자들이 세상을 망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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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탐욕주식회사
웨이드 로우랜드 지음, 이현주 옮김
팩컴북스, 339쪽 1만5000원

 반(反)기업 정서는 세계적으로 만만치 않은 현상이다. 대표적인 반기업론자인 캐나다 저술가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 독트린』이 지난해 11월 국내 언론에 제법 크게 소개된 것도 이런 현상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반기업 정서를 뒷받침하는 논리는 이렇다. 세상이 더 풍요로워졌는데도 막상 사람들은 옛날보다 덜 행복한데, 그게 바로 기업 탓이라는 것이다. 기업, 특히 대기업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수탈 집단이 되었기 때문에 세상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책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기업을 넘어서 경제학 자체에 화살을 날린다. 경제학의 기본 전제인 ‘이기심’이 만악(萬惡)의 근원이라는 주장이다. 인간은 원래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심성을 가진 도덕적 존재인데, 경제학자들이 이기적인 인간을 기본형으로 설정했고 세상이 이런 경제학에 세뇌 당하는 바람에 갈수록 행복지수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의 이기심은 ‘합리주의’와 동의어다. 저자는 합리주의가 세상을 망쳤다고 말한다. 인간을 우선시하는 중세 신학적 사상이 근대에 접어들면서 효율을 앞세우는 합리주의와 과학적 결정론에 밀린 걸 통탄한다. 인간은 원래 착한 존재인데 그때부터 이기적인 인간만 남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한다. 성선설과 성악설의 해묵은 논쟁을 다시 보는 느낌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이 대목에서부터 이 책은 공허하다. ‘인간이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주장뿐이다.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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