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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윌리엄스 이번엔 '열살노인'열연 -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 최근작 '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전천후 연기자 로빈 윌리엄스는 넉살좋고 냉소적인 선원(뽀빠이),입심좋은 군 방송 DJ(굿모닝 베트남),꿈과 용기를 주는 국어선생님(죽은 시인의 사회),능청스런 40대 아줌마(미세스 다웃파이어),다정다감한 게이(버드 케이지)등 천의 얼굴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그렇지만 윌리엄스의 연기가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에 출연했을 때라는게 중론.'토이스''후크''주만지'등이 바로 그런 영화다.

거장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최근작'잭'(브에나비스타)에서 윌리엄스는 한발 더 나아가 직접 열살 꼬마로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윌리엄스는 보통사람보다 4배나 빠르게 늙어가는 병에 걸린 어린이로 등장해 몸은 늙어가나 동심은 그대로인 어려운 연기를 보여준다.늙어버린 열살배기 꼬마의 슬픈 시선은 대부분의 어른들이 마음속으로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윌리엄스와 공연하는 15명의 아역 배우들도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자연스러운 어린이의 상황을 보여준다.윌리엄스는 연기경험이 없는 이 꼬마들과 2주일 이상 실제로 같이 생활하면서 나이를 거꾸로 먹는 집중적인 훈련을 쌓았다고 한다.

'잭'은 어린 노인이라는 슬픈 처지를 묘사하면서도 그를 혜성에 비유해 삶의 의미를 던져준다.짧은 시간동안만 존재하지만 세상에 신비롭고 아름다운 빛을 전달하는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폴라 감독은 몸만 어른이 돼버리고 마음은 어린이로 남아있는 딱한 처지를 설정하면서 삶의 경험이나 고뇌없이 저절로 성인이 된 사람들을 뜨끔하게 만든다.어른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서도 몸만 자라난 무뇌아같은 속물근성을 간접적으로 비난한다.

코폴라 감독에게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코미디 연출은 윌리엄스가 아니면 불가능했으리라고 여겨길 정도로 그는 어른과 어린이 사이를 넘나드는 상상력의 표현으로 연출과 빼어난 조화를 이룬다. 채규진 기자

<사진설명>

자연스런 연기로 정평이 나있는 로빈 윌리엄스가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코미디'잭'에 출연,조로증에 걸린 열살의 어린이 역할을 소화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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