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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연금, 더 내고 덜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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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이 부담하는 연금 보험료는 올리고 수령액은 낮추는 내용을 담은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의 '연금개혁법안'이 5일 일본 국회에서 가결됐다.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 등은 이날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민주.사민당 의원들이 전원 결석한 가운데 참의원에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새로 확정된 법안에 따르면 회사원이 가입하는 후생연금의 보험료율은 현재 연 수입의 13.58%(노사 절반씩 부담)에서 올 10월부터 매년 0.354%씩 인상돼 2017년 9월 이후는 18.30%로 고정된다. 또 자영업자와 주부.학생 등이 가입하는 국민연금의 보험료도 현재 월 1만3300엔에서 내년 4월부터 매년 280엔씩 올려 2017년 이후에는 월 1만6900엔으로 고정시키도록 했다.

반면 현역 세대가 받는 평균 후생연금 실수령액은 수입의 59.3%(40년간 가입에 배우자가 전업주부일 경우) 수준에서 2023년까지 50.2%로 크게 낮아진다. 맞벌이를 하고 있을 경우는 현재 46.4%에서 39.3%로, 독신 남성은 42.5%에서 36%로 수령액이 줄어든다. 일본에서 연금은 65세부터 받을 수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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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이 법안 통과를 강행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해서다. 적자가 나는 연금을 지금 손보지 않으면 1966년 도입된 후생연금제도 자체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일본의 사정은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아직 흑자다. 하지만 이는 도입 역사가 짧아 연금 수령자가 적기 때문일 뿐 운영을 잘해서가 아니다. 지금 구조로는 2036년 적자가 생기고 2047년에는 연금 재정이 바닥난다는 게 정부 예상이다.

기본적으론 1988년 도입 당시 '사탕발림'식으로 제도를 만든 탓이다. 매월 수입의 3%만 보험료로 내고 은퇴 직전 수입의 70%(소득대체율)를 노후에 연금으로 받도록 한 것이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 정부가 98년 소득대체율을 40%로 내리려 했으나 여야 합의 과정에서 60%가 됐다. 다시 지난해 정부는 수입의 15.85%를 내고 50%만 받자는 개정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국회는 논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정부는 17대 국회에 이를 상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연금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여야 모두 반대하고 있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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