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막 자주내려 감동 半減 - 서울시립오페라단의 '맥베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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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베르디가 셰익스피어를 처음으로 오페라화한'맥베스'가 올해로 초연 1백50돌을 맞아 국내무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3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공연중인 서울시립오페라단의'맥베스'는 비교적 완성도 높은 국내초연 무대였다.무대의상은 11세기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원작에 충실했으나 무대세트는 단순하게 처리된 성벽을 이용,제작비용 절감효과와 함께 화려한 무대보다 음악과 드라마에 집중하게 하는 전위적인 시도를 보여줬다.그럼에도 불구하고 15분이 멀다하고 자주 막을 내리고 음악을 중단시키는 통에 다소 짜증스럽고 지루한 기다림으로 감동이 반감되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까지'맥베스'가 국내 무대에 한번도 공연되지 않은 까닭은 벨칸토 아리아 중심의 오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기억에 남을 만한 유려한 선율을 담은 아리아와 중창 몇곡을 적당히 연결해 만든 오페라와는 거리가 멀다.주역 가수들에게 할애된 한두 곡의 아리아도 극적인 줄거리를 함축한 것이어서 관객들은 박수치는 것조차 잊어버릴 때가 많았다.

베르디가 의도했던 대로 합창의 몫이 유난히도 컸다.1막 피날레의 성 사람들의 합창'지옥의 입을 열어라'를 비롯해 2막 자객들의 합창,3막 마녀들의 합창은 아리아에서 누릴 수 없는 음악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마리아 소피아 마라스카의 연출은 등장인물들의 동선(動線)을 축소시켰고 장면간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했다.그래서 볼거리보다는 들을 거리에 만족해야 했다.결국 '맥베스'를 살려낸 것은 서울시향을 자신의 악기로 만들어 버린 카를로 팔레스키의 지휘였다.

프리마 돈나의 죽음으로 끝나는 낭만주의 오페라의 전형과는 달리 이 오페라는 남자들의 죽음이 계속 이어진다.그런 의미에서 이 오페라의 주인공은 맥베스역의 바리톤이다.무대를 압도하는 성량을 자랑했던 김재창,충실한 발성과 성실한 무대를 선보인 미성(美聲) 최종우등 베르디아노의 발굴 또한 값진 성과였다.'맥베스'는 27일 마지막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설명>

오페라'맥베스'중 1막 마지막 장면에서 덩컨왕의 살해 소식을 전해들은 성 사람들이 부르는 합창 장면. 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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