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표 ‘강추’ 영화 걸작 26편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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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그는 현재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 ‘박쥐’ 후반작업 중이다. [연합뉴스]

“원래 악당 영화를 좋아해요. 정신병자부터 냉혈한까지 희대의 악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봤는데, ‘저런 나쁜 놈 마주치지 않고 사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하게 될 겁니다.”

오대수(‘올드보이’)와 금자(‘친절한 금자씨’)라는, 한국 영화 희대의 캐릭터들을 창조한 박찬욱 감독. 그가 강력추천하는 악인들은 어떤 모습일까. 박 감독이 객원 프로그래머로 참여하는 시네필(영화광)들의 축제가 29일부터 3월1일까지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이름 하여 ‘2009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14일 기자회견을 연 박 감독은 “다른 데서 절대로 만나볼 수 없는 독특한 영화들만 가려뽑았으니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머 박찬욱이 고른 악당들=총 26편이 상영되는 영화제에서 박 감독이 솜씨를 발휘한 섹션은 ‘최선의 악인들’. 평론집 『박찬욱의 오마주』 등을 낸 눈썰미가 작렬했다. 동료 오승욱 감독과 함께 고른 6편엔 리차드 위드마크의 호연이 빛나는 ‘밤 그리고 도시’(1950년), 마르퀴 드 사드의 엽기적인 소설을 영화화한 ‘그랜드 뷔페’(73년), 광폭한 복수극의 전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는 ‘겟 카터’(71년) 등이 포함됐다. 박 감독은 “몇 년 전부터 둘이 이런 작품들을 한데 모아보자고 얘기해왔다”며 “오 감독이 영미권·마초 취향이라 나는 유럽 쪽, 여성 주인공 영화들을 추천하는 등 균형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악당 컬렉션’을 택한 건 개인 취향도 있지만 시네마테크 영화제의 흐름을 바꾸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감독 회고전 일색을 넘어 창의적인 편성을 해볼 때가 된 것 같아요. 예컨대 반 고흐나 베토벤 등 예술가를 다룬 전기 영화만 모으는 것도 재밌잖아요. 대중적·학술적으로 더 다양해져야죠.”

◆삶의 약수터·오아시스 ‘서울아트시네마’=영화제가 열리는 서울아트시네마에 대한 박 감독의 애정은 각별하다. 지난해 중앙SUNDAY(1월 20일자)가 ‘나만의 비밀 놀이터’를 질문했을 때, “나의 약수터·오아시스이자 루브르 박물관이고 스칼라좌(座)이며, 놀이동산·사교장·학교·서재·암실·침실·거실·온실·수술실·회복실”이라며 꼽은 곳이다. 국내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 상영관으로서 감독·배우·관객이 허물 없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서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도 서울아트시네마를 후원하고픈 마음에 시작했다. 2006년 봉준호·김지운·이명세 등 감독들과 문소리·황정민 등 배우들, 평론가 정성일씨 등과 합심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을 발족시켰고, 박 감독이 대표를 맡았다. 매년 1월 함께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 필름으로 상영한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 게 올해로 4회째가 됐다. 첫 해 상영작 12편에 총 5156명이 관람했지만, 지난해엔 30편에 1만 2456명이 찾았을 정도로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는 TV나 모니터가 아니라 스크린을 통해 볼 때 감독의 의도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박 감독의 소신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런던 바비칸 센터에선 러시아 혁명 직후 영화들이 상영되는 동안 다른 쪽 갤러리에선 당대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음악당에선 당대 음악들이 연주되곤 해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공간이 얼른 생겼으면 합니다.”

이번 행사엔 박 감독 외에도 류승완·전계수 등 감독 13명, 안성기·하정우 등 배우 3명, 평론가 김영진씨(명지대 교수) 등이 참여해 자신들의 ‘강추 영화’를 선보인다. 02-741-9782.

강혜란 기자

◆시네마테크(cinematheque)=프랑스어로 영화보관소의 의미. 영화의 문화유산·예술적 가치를 존중해 자료 공유·보전·상영에 힘쓰는 복합공간이다. 프랑스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미국 뉴욕의 ‘필름포럼’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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