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21세기 준비 잰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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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가상공간.동물복제등으로 상징되는 첨단과학은 종교에 대한 인식이나 신앙생활에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종교계에서도 과학발전이 더욱 가속화할 21세기를 앞두고 대책마련을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연구방향을 보면 불교의 경우 세계화.정보화쪽으로,가톨릭은 토착화의 강화,개신교는 교회의 역할과 신학교육의 재정립으로 모아진다.

각 교단에서는 그간의 연구활동 결과를 올 가을 세미나등을 통해 내놓을 계획이다.

불교의 세계화.정보화 노력은 최근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미국.프랑스등 서구에서 한국불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원장 권기종)이 벌이는 한국불교관련 영문책자 발간과 고려대장경연구소(소장 종림스님)의 팔만대장경 전산화작업이 대표적이다.

불교문화연구원의 경우 한국의 선(禪) 사상을 집대성한'The Studies of Korean on Thoughts'가 곧 출간되면 영역 서적이 모두 3권이 된다.앞으로도 계속 발간될 영어서적들은 미국.프랑스.일본.독일 등의 50여개 주요 도서관에 비치된다.

불교문화연구원의 최대 작업은 영문판'한국불교문화사전'편찬.현재 한글원고를 끝내고 영어로 옮기는 작업에 들어갔다.항목이 7천여개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이 사전은 2000년까지 편찬될 예정이다.

현재 범국민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팔만대장경 전산화작업도 예정대로 2000년 인터넷에 올릴 경우 세계 불교연구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비중을 크게 높이게 된다.

한편 천주교에서는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산하 조직인 사목연구소(소장 김종수신부)내 2010년 사목연구특별위원회와 토착화연구회 중심으로 21세기에 대비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목연구특별위원회의 경우 청소년.교육.문화.통일.가정.평신도신앙생활등 9개분야로 나눠 현재 첫단계로 21세기를 전망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토착화연구회에서는 지난 2년동안 유교.도교.불교.무속등에 내재된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분석,현대사회에서는 공동체 의식이 중요한 미덕이라는 결론을 얻어내고 공동체의식을 종교생활에 접목시킬 방안을 모색중이다.

개신교측에서도 21세기 선교특별위원회.교회경신협의회등의 교계 단체와 신학대학을 중심으로 교회의 역할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는데 대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최근 서울신학대에서'21세기와 복음주의 신학교육'이라는 주제로 열린 논문발표회에서는 21세기 한국신학의 과제로▶이론중심에서 탈피▶현장경험 강화▶국민의 소망을 읽어내는 일등이 꼽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황필규목사는“과거 교회가 어느 정도 역할을 맡았던 출생.결혼등에서 교회의 역할이 거의 배제되는 등 커다란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21세기에는 목회자 중심에서 평신도 중심으로,대형교회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소규모 교회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올 가을 각 종교가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면 이를 바탕으로 21세기 종교 역할에 대한 논의가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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