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한 현금 25억 추적 -김현철씨, 김원용 교수에게 줘 여론조사 사용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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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현철(金賢哲)씨 비리의혹을 수사중인 대검 중앙수사부(沈在淪검사장)는 16일 현철씨가 95년말 비자금 25억원을 돈세탁 과정을 거친 뒤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운영차장을 통해 현금으로 인출해간 사실을 밝혀내고 이 자금의 출처와 사용처등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현철씨가 95년 6월 지방선거및 96년4월 총선을 전후한 시점에 이성호(李晟豪)전 대호건설 사장을 통해 비자금을 세탁.인출한 점을 중시,현철씨가 이권개입 대가로 모은 돈을 계파를 관리하는등 정치개입 자금으로 써왔는지 여부를 캐고 있다.

검찰은 이틀째 밤샘 조사한 현철씨에 대해 3~4개 기업으로부터 이권청탁과 관련,20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17일 오전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관계기사 3면> 검찰은 또 金전차장을 이날 오후5시 대검 청사로 소환,밤샘조사했으며 이권개입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드러날 경우 18일께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결과 현철씨는 95년 6월께 22억7천5백만원을 전액 수표로 李씨에게 전달,돈세탁을 거친뒤 8월부터 12월까지 매월 5억원씩 현금으로 사과 상자에 담아 되돌려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철씨는 이 돈의 사용처에 대해 “성균관대 김원용(金元用)교수에게 전달,정밀여론조사 작업을 벌이는데 모두 썼다”고 진술했으나 출처에 대해서는“직접 전달한 것이 아니어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계좌추적 결과 이 돈 가운데 일부는 두양.우성.신성그룹등 경복고 출신 기업인들로부터 월정액 형식으로 받은 것이지만 나머지는 아직 출처가 불분명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소환된 金전차장을 상대로▶대선자금 잉여금을 포함한 현철씨 비자금 조성경위및 관리내역▶현철씨의 이권청탁 개입의혹▶안기부 고급정보를 현철씨에게 수시로 보고했는지 여부등을 강도높게 추궁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金전차장이 현철씨 비자금을 입.출금하는 과정에서 일부를 가로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검찰은 이날 알선수재등 혐의로 구속수감중인 (주)심우대표 박태중(朴泰重)씨와 전 직원 김현철(金鉉澈)씨,현철씨의 H대 입학동기생인 김희찬(金熙燦)씨를 기소했다.

예영준.이상복 기자

<사진설명>

16일 오후 김현철씨의 비자금을 관리,돈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섭 전 안기부차장과,이날 오전 참고인 자격으로 재소환된 전 대호건설사장 이성호씨가 굳은 표정으로 대검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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