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암투병 아빠께 우승컵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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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사랑해요."

김소희(22.빈폴골프)의 눈에 굵은 이슬이 맺혔다. 폐암 말기인 아버지 김주영(52)씨를 껴안고 한동안 떨어질 줄 몰랐다. 아버지 김씨는 "오늘같이 기쁜 날은 처음이다. 병이 다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여자골프계에 또 한명의 스타가 탄생했다. 올해 정규 투어에 뛰어든 신인 김소희다.

그는 4일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 골프장 서코스에서 끝난 레이크사이드 여자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2언더파(버디 5, 보기 3개)를 쳐 합계 14언더파로 우승했다. 프로 무대에서 생애 첫 정상에 오른 김소희는 우승상금 36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상금왕 김주미(20.하이마트)가 합계 11언더파로 2위, 데일리 베스트인 7언더파를 몰아친 김희정(35.MFS골프)이 9언더파로 3위에 올랐다.

아담한 체구(키 1m58㎝)에 오동통한 얼굴.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정(24)을 보는 것 같았다. 자로 잰 듯한 샷으로 2라운드까지 단 한개의 보기도 범하지 않았던 김소희는 최종 3라운드에선 다소 흔들렸다. 우승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3번홀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4, 6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듯했다. 김주미가 11번홀까지 6타를 줄이며 1타차까지 쫓아왔을 때는 역전의 분위기도 감돌았다.

11, 12번홀 연속 버디. 2위와의 격차를 3타차로 벌리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김소희는 "아빠를 위해서라도 꼭 우승하고 싶었다. 아빠가 하루빨리 완쾌하시길 빈다"고 말했다.

용인=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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