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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맥주를 마시며 생각해낸 인생을 즐기는 방법 170' 저자 주덕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백수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해 잠시 재충전의 기회를 갖는 사람들입니다.” 백수생활을 즐기는 여러가지 '노하우'를 최근 책으로 펴낸 주덕한(30.사진)씨.스스로도 백수생활 1년째라는 주씨는'캔맥주를 마시며 생각해낸 인생을 즐기는 방법 170'(새로운 사람들刊)에서 독특한'백수론'과 함께 싸게 사는 방법을 담고 있다.

이 책에는 잠시 직업없이 사는 백수들의 사정을 고려해 공짜로,될 수 있으면 좀더 싸게 누릴 수 있는 여러가지'혜택'에 관한 각종 정보가 담겨 있다.

돈 한푼 안들이고 전화거는 법,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배불리 먹는 법,알찬 문화행사로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법등 빠듯한 주머니와 주위 눈치 때문에 편치 않은 백수생활을 나름대로 슬기롭게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주씨는“백수라 하여 빈둥빈둥 노는 하릴없는 사람들로만 보는 사회적 편견은 잘못된 것”이라며“일흔이 넘도록 낚싯대만 드리우던 강태공과 나이 마흔에 첫 직장을 얻었다는 한명회도 사실은 백수였다”고 말한다.

'준비하는 백수에게는 언젠가 기회가 오며 오히려 사색의 기간이 인생에 있어 실수를 막아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컴퓨터.영화.스포츠광인 주씨는 취미를 즐기며 미래의 직업을 찾기 위해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2백원이면 비디오 다섯편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으로 향하거나 각종 시사회 자료을 꿰차고 공짜 영화관람을 한다.문화센터나 대기업 영화사업부에 공모하는 영화모니터 아르바이트도 돈 안내고 영화를 보는 좋은 방법이라고. 마음껏 컴퓨터통신과 인터넷을 하고 싶을 때는 여의도 멀티미디어 정보센터,데이콤 본사 로비,용산의 한국PC통신 네티즌 카페를 찾는다.몇달전만 해도 시외전화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던 광화문 한국통신 홍보관도 그가 찾는 단골 장소.친구들의 월급날을 수첩에 꼼꼼히 챙기고 개업행사나 사은품이 푸짐한 홍보이벤트에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신문사 독자투고란에 원고를 보내 용돈을 충당하고 사은품 응모엽서도 빠짐없이 이용해 가끔'횡재'한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타고 5호선 김포공항역 무빙라인(보행을 돕는 평면에 깔린 에스컬레이터같은 기구)을 러닝머신 삼아 체력단련도 한다.스스로를'행복한 백수'라고 밝힌 주씨는“별로 돈을 들이지 않고도 문화를 즐기고 생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직업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기력해진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한다.

낙천적 성격이 장점이라는 그는“조급한 한국인들은 직장을 잃거나 취직을 하지 못하면 좌절감에 너무 깊이 빠져 든다”며“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우울한 이들에게 웃음이라도 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덧붙였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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