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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추적하는 한국학 관련 서적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우리 삶과 사상의 뿌리를 추적하는 한국학 관련 시리즈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서구 중심의 산업화 과정에서 홀대받았던 우리 전통의 맥을 복원하려는 시도다.국제화 물결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전략엔 이만한게 없다는 공감대를 바탕에 깔고있다.

특히 그동안 정부기관이나 대학등에서 주도했던 한국학 연구의 중심축이 올들어 단행본 출판사쪽으로 옮아가는 양상이다.출판사들의 기획물인 만큼 수준 자체가 대부분 일반인들의'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예컨대 정신문화연구원이 펴낸'민족문화 대백과사전'이나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가 지난 81년부터 발간하고 있는'민족문화 연구총서'류보다 대중화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이번주 첫선을 보인 사계절출판사의'한국문화총서'를 보자.시리즈 1번 타자로 한국항공대 최봉영(국사학)교수의'조선시대 유교문화'가 나왔다.그동안 우리 사회를'퇴보'시킨 사상으로 오해받았던 유교의 적극적 측면을 새롭게 들춰낸다.

조선사회를 이끌었던 선비들의 내면을 살펴보면서 유교의 본질을'의리'와'정한'이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저자는 다음달 나올'한국문화의 성격'에서 조선선비들의 의리가 일제침략기를 거치면서 민족혼을 강조하는'혼신'으로 변모하는 과정도 되짚을 작정이다.

출판사측은 7,8월에도 한국인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조명한'한국인이란 누구인가'와 종교.정치.인류학등 각 분야의 연구성과를 비교.검토한'한국문화와 한국인'을 펴낼 계획이다.

앞으로도 소장학자 1백50여명이 모인 국제한국학회(회장 최준식)와 함께 우리 문화의 구석구석을 학제간 연구를 통해 계속 조명할 계획이다.

사계절의 강윤재 과장은“지금까지 한국문화에 대한 권위있는 이론도,대중적인 이해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며“보다 정밀하고 구체적인 한국문화의 틀을 정립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돌베개출판사도'돌베개 한국학총서'의 스타트를 끊었다.서울대 박희병(국문학)교수가'금오신화'류의 전기(傳奇)소설 속에 담긴 사랑과 죽음,생(生)과 사(死)등의 문제를 살핀'한국 전기소설의 미학'을 시작으로'한국문학속의 생태주의''한국의 문양과 상징'등이 순차적으로 발간된다.

특히 오는 9월에 나올'진경시대의 사상과 문화''진경시대의 예술'은 조선문화의 극성기였던 18세기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재현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 목록은 빈약하지만 국문학.역사학.민속학등 각계 학자들의 연구를 묶어 대중들에'읽을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계절의'한국문화총서'와 기획방향이 유사하다.

지난 3월 시작된 솔출판사의'나랏말씀'총서는 시.소설.철학서등 다양한 고전을 한글세대의 언어와 감각에 맞게 다시 번역해 펴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전통문화의 보고인 고전을 통해 우리의 주체성을 탐구한다는 목적에서 지금까지'삼국유사''열하일기''용재총화'등 9권이 선보였다.이달말에도 김부식등 18명의 글을 모은'한국의 인물전'과'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이 지은'한정록'이 나오며 내년말까지 모두 97권의 출간목록이 잡혀있다.

신세대들도 친숙하게 읽을 수 있도록 문고판 크기에 산뜻한 표지로 꾸몄다.

돌베개의 한철희 대표는“늦게나마 우리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각이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일과성 유행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전문가들의 연구가 풍부하게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사진설명>

18세기 우리 고유의 사실주의 화풍을 개척한 겸재 정선의 대표작

'금강전도'(94.1×130.6㎝.국보 217호.호암미술관소장).당시의 사회상을

총체적으로 조명한'진경시대의 사상과 문화'가 오는 9월 나오는등 우리

문화의 뿌리를 되돌아보는 한국학총서가 올들어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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