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는 불타는 생지옥 … 안전한 곳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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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또다시 끊겨서 그동안 e-메일 편지를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4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했던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아부 사만(46·사진) 알라자대 수학과 부교수가 11일 기자에게 e-메일로 소식을 보내왔다. 그는 “14일 만에 전기가 다시 들어왔다”며 그동안 벌어졌던 가자지구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전기가 수시로 끊겨 단문으로 여러 차례 메일을 보내왔다.

사만 교수의 집에는 8일 형과 여동생이 찾아왔다. 보다 안전한 곳을 찾아 조카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그는 “약사인 형과 교사인 여동생의 식구들이 합류하면서 식구가 12명으로 불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고 두통을 호소하는 등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아내와 함께 9~10일 보다 안전한 피난소를 찾기 위해 밖을 둘러봤다고 한다. 그는 그러나 “집 밖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가자지구는 불타는 생지옥과 같이 변했다”며 “인구 밀도가 높은 가자지구는 어디를 가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가자지구는 360㎢의 면적에 15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그는 “세탁용수 1000L를 50달러 주고 사오다가 근처에서 폭발물 터지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사만 교수는 “하마스 대변인이나 팔레스타인 지도자의 연락처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연락처를 모를뿐 더러 나는 정치인을 싫어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고한 시민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가족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시민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가자지구 안에 들어와 식량을 지원하고 있지만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마른 콩과 통조림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지는 않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량이 아니라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그는 “지금 이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밖에서는 아무도 모른다”며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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