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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국계 증권사 ‘조선주 보고서 공방’2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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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뜨느냐, 가라앉느냐.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 간에 조선주를 놓고 상반된 보고서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와 똑같은 양상이다. 국내 증권사는 올해도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외국계도 입장 변화가 없다. 지난해처럼 국내 조선업체에 대해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결과만 보면 지난해엔 외국계가 완승을 거뒀다. 올해는 어느 쪽이 미소를 지을지에 증권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2일 현대중공업의 목표 주가를 12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현 주가보다 42%나 낮은 것이다. 이어 메릴린치도 암울한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두 회사 모두 ‘신규 발주 감소→선박 수주 가격 하락→조선업체 수익성 악화’의 악순환 고리가 내년까지 이어진다고 봤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올 하반기부터 선박 발주가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의 목표 주가를 현 주가보다 훨씬 높은 32만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도 30만원의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한진중공업 등 조선 5개 사의 목표 주가를 대거 상향 조정했다. 이런 전망은 조선업체들의 자체 전망과 비슷하다. 국내 조선사들은 하반기에 신규 선박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증권사의 조선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지난해 1월 말 호주계 맥쿼리증권이 현대중공업의 목표 주가를 61만원에서 23만원으로 대거 낮췄다. 이어 2월에는 노무라와 UBS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앞다퉈 조선업체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 보고서를 내놓았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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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는 이에 맞서 세계적인 경쟁력과 수주 잔량, 현금보유액, 사업 다각화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보고서 대결’에서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국내 증권사들이 이기는 듯했다. 상반기 동안 주요 조선사들이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선경기와 같이 움직이는 발틱운임지수(BDI)도 5월에 1만 선을 돌파하며 초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조선 경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이 본격적으로 전파된 4분기(10~12월)엔 삼성중공업을 뺀 국내 조선업체들이 신규 선박 수주를 단 한 척도 하지 못했다. 벌크선 운임료는 2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와 비슷한 대결은 1990년대 중반에도 벌어졌다. 반도체 경기가 호황을 누릴 때인 95년 메릴린치가 내놓은 반도체 가격 폭락 전망은 국내 증시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까지 나서서 강하게 반박할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메릴린치의 예상대로였다.

물론 외국계의 전망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 맞을 때도, 틀릴 때도 있다. 지난해 골드먼삭스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른다고 예상했다 헛발질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왜 외국계 증권사 전망의 적중률이 높아 보일까.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계의 글로벌 네트워크 덕분에 넓은 시각에서 기업을 볼 수 있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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