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주택대출자산 - MBS 맞교환 BIS 비율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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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자산을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과 맞바꾸는 방안이 추진된다. 임주재 주택금융공사 사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12일 업무 제휴를 하고 다음달 말까지 대출자산과 MBS를 교환하기로 했다.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한 자산을 기초로 MBS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거래는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대책 중 하나다. 은행의 위험 자산을 줄여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BIS 비율은 위험성이 있는 대출자산 대비 자기자본이 얼마나 되는가를 보는 것이다. BIS 비율을 높이려면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하거나 위험한 대출을 줄여야 한다.

은행이 집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한 것은 부실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대출받은 사람이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하면 담보를 처분해도 원금을 회수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은 은행이 BIS 비율을 산정할 때 위험가중자산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붙여 발행한 MBS를 갖고 있으면 위험도가 ‘0(제로)’가 된다. 부실이 나도 공사가 물어주기 때문이다. 위험자산이 줄면 BIS 비율이 높아지고, 은행들이 중소기업 등에 추가 대출을 할 여력이 생긴다. 대신 우리은행은 공사 측에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우리은행 자금부 박동영 수석부장은 “경기 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내릴 수 있는 시기에 대출 자산을 매각해 은행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는 다른 은행과도 주택담보대출로 MBS를 발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주택금융공사 정기춘 유동화기획부장은 “채권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MBS를 은행과 교환하지 않고 시장에서 직접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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